IT/바이오

“게임이용률 50퍼센트로 하락”…OTT·영상 확산에 업계 전략변화 촉발

박지수 기자
입력

게임 이용 행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8일 공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게임 이용률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시간은 동영상 중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고, 남은 게임 수요는 PC와 콘솔 중심의 하드코어 이용층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이번 통계를 게임산업 성장 국면에서 체질 전환 국면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산업 및 기술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는 전국 만 10세에서 69세 가운데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1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게임 이용 현황과 이용 경험, 지출 여력 등 세부 항목을 통해 산업 정책과 기업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통계를 구축했다.  

조사 결과 최근 1년 기준 전체 게임 이용률은 50.2퍼센트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하면 9.7퍼센트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5년 연평균성장률은 마이너스 6.8퍼센트로, 산업 외연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됐다. 이용률 감소는 연령대 전반에 걸친 여가 선택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 플랫폼별로는 양상이 엇갈렸다. 게임이용자 중 PC 게임 이용률은 58.1퍼센트로 전년 대비 4.3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콘솔 게임 이용률도 28.6퍼센트로 1.9퍼센트포인트 늘었다. 반면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89.1퍼센트로 2.6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중심 캐주얼 이용은 줄고, 장시간 몰입형인 PC와 콘솔 비중이 커지는 구조다.  

 

이용 시간에서도 같은 흐름이 관찰됐다. 전체 일평균 게임 이용 시간은 주중이 171분에서 165분으로 7분 줄었고, 주말은 253분에서 252분으로 1분 감소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PC 게임은 주중 117.9분, 주말 193.4분을 기록해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긴 이용 시간을 나타냈다. 콘솔 게임은 주중 53.4분으로 줄었지만 주말 103.8분으로 늘었다. 반대로 모바일 게임은 주중 90.9분, 주말 116.4분으로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전체 이용률은 하락했지만, 남아 있는 이용자 상당수가 주말에 PC와 콘솔에 더 오래 머무는 구조로 재편된 셈이다.  

 

보고서는 이용률 감소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신규 문항으로 게임 미이용자 조사를 도입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항목은 시간 부족으로 44퍼센트에 달했다. 학업과 업무 등 일상 압력이 커지면서 게임보다는 짧게 끊어볼 수 있는 다른 콘텐츠가 선택되는 흐름이다. 게임 대신 선택하는 대체 여가 활동으로는 OTT와 TV,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 시청이 86.3퍼센트로 압도적이었다. 짧은 시간 단위로 소비 가능한 영상 플랫폼이 게임 수요를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 내 환경의 안전성에 대한 지표도 제시됐다. 게임 내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는 46.4퍼센트로 집계돼 전년보다 8퍼센트포인트 감소했다. 2023년 56.2퍼센트, 지난해 54.4퍼센트에서 올해 40퍼센트대 중반으로 내려온 흐름이다. 유형별로는 욕설이 38.3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성적 불쾌감을 호소한 비율도 17.6퍼센트로 나타났다. 온라인 상호작용이 필수인 게임 특성상 이용자 보호 이슈는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대응 방식에서는 여전히 소극적 태도가 두드러졌다.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 가운데 57.3퍼센트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게임 회사에 신고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신고 체계 고도화와 제재 투명성 제고가 병행돼야 피해자 보호와 커뮤니티 신뢰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산업 측면에서는 이용률 감소와 동시에 하드코어 플랫폼 집중이 뚜렷해지면서 수익 모델과 개발 전략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저진입 모바일 캐주얼 중심의 대규모 이용자 확보 전략보다, PC와 콘솔에서 장기 운영형 라이브 서비스, 고부가가치 유료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정착된 대형 PC·콘솔 타이틀 중심 서비스 구조가 국내에서도 더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정책 측면에서는 이용률 하락을 단순한 시장 축소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가 선택 다변화와 콘텐츠 경쟁 심화 속에서 게임산업의 질적 성장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보호와 사이버폭력 완화, 건강한 과금 구조 정립 등 규제와 자율 개선 요구가 균형을 맞추는 방향도 요구된다.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위해 실태조사 항목을 계속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조사 결과가 게임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 설계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는 게임과 영상 플랫폼 간 경쟁 구도가 고착될지, 융합형 서비스와 고품질 콘텐츠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게임이용자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