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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로 엔씨 실적 반등 시동…DAU 리니지급 주목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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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MMORPG 비즈니스 모델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고과금 중심 확률형 아이템 구조 대신, 멤버십과 배틀패스에 기반한 박리다매형 BM을 적용한 신작 아이온2가 엔씨소프트의 실적 반등 카드로 부상했다. 초반 매출 규모는 리니지 시리즈 전성기와 거리가 있지만, 일평균 활성 이용자 수 DAU와 PC 직접 결제 비중을 감안하면 장기 운용형 라이브 서비스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온2가 국내 MMORPG BM 패러다임 전환과 플랫폼 수익 구조 재편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아이온2는 11월 19일 출시 이후 이틀간 집계된 DAU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박병무 엔씨 대표가 공개한 올 1분기 기준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PC 리니지1·2 등 리니지 시리즈 전체 합산 DAU 150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리니지 IP가 하향세인 상황에서 단일 타이틀이 기존 포트폴리오 전체에 맞먹는 이용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초반 트래픽 확보력은 확인된 셈이다.

매출 측면에서 아이온2의 초기 성과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리니지M은 출시 첫날 약 107억 원, 1년 누적 1조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고과금 중심 BM의 극단적 수익성을 입증한 바 있다. 반면 아이온2의 출시 일주일 누적 매출은 약 25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작 수준의 단기 매출 폭발력은 없지만, 이용자 저변을 넓힌 뒤 장기 과금 전환을 유도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해석된다.

 

아이온2가 선택한 핵심 전략은 BM 구조의 전환이다. 엔씨는 이 게임에서 멤버십과 배틀패스 같은 정액·구독형 상품을 수익 축으로 삼았다.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 시리즈에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고가 유료 확률형 아이템은 아이온2에서 배제됐다. 캐릭터 외형이나 꾸미기 요소를 판매하는 스타일샵, 이용 기간에 따른 멤버십 혜택 등 비교적 예측 가능한 과금 요소가 중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니지M처럼 하루 수백억 원의 매출을 내는 구조를 반복하기보다는,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 평균 객단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조정했다고 분석한다.

 

초기 이용자 지표도 BM 변화에 대한 시장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로 평가된다. 엔씨에 따르면 출시 일주일 동안 아이온2에서 생성된 캐릭터 수는 252만 7698개, 총 플레이 시간은 17억 2851만 분으로 집계됐다. 계정당 멤버십 구매 수는 27만 5867개, 외형 상품을 구매한 캐릭터는 55만 6433개, 스타일샵 다운로드는 38만 2714회였다. 유료 이용 전환 지표가 리니지 시리즈 전성기 수준과 직접 비교되기는 어렵지만, BM이 확률형 아이템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지불 의사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랫폼 측면에서는 모바일 앱 마켓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결제 비중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아이온2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는 현재 10위권 수준으로 과거 엔씨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가 1위부터 3위까지 장악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낮다. 그러나 엔씨 측 설명에 따르면 아이온2 매출의 90퍼센트 이상은 PC 플랫폼 자체 결제를 통해 발생하고 있어, 모바일 앱 마켓 순위만으로 전체 매출 규모를 평가하기 어렵다. 글로벌 게임 산업 전반에서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체 결제 전환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온2의 구조는 국내 MMORPG 기업들이 앱 마켓 의존도를 줄이는 테스트베드 성격도 갖고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 아이온2는 아이온 IP의 완전판을 표방한다. 원작 아이온은 2008년 출시 이후 160주 연속 PC방 1위를 기록하고 4년 반 만에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대표 PC MMORPG다. 아이온2는 천족과 마족의 대립 구도, 8개 고유 클래스 등 원작의 핵심 정체성을 계승했다. 여기에 언리얼 엔진5 기반 고해상도 그래픽, 타이밍과 판정 범위를 세밀하게 설계한 후판정 수동 전투 시스템, 대규모 플레이어 대 환경 PvE 콘텐츠, 높은 수준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더해 현대적 기술 스펙에 맞게 재구성했다. 특히 언리얼 엔진5는 광원 처리와 오브젝트 표현력을 강화해 대규모 전투 상황에서도 시각적 몰입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씨의 실적 상황을 감안하면 아이온2에 대한 내부 기대치는 상당하다. 엔씨는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092억 원을 기록했다. 2003년 상장 이후 첫 적자이자, 1998년 창립 이후 26년 만의 연간 적자 전환이다. 2020년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 8000억 원대를 기록하던 시기와 대비되는 수치다. 엔씨는 올해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1월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약 128억 원을 냈지만, 과거 수익 구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온2 흥행 여부가 중장기 재무 구조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된 상태다.

 

엔씨가 제시한 중기 매출 목표 역시 아이온2 성과에 크게 의존한다. 회사는 2026년 연결 기준 매출 목표를 최소 2조 원, 신작 라인업 성과에 따라 최대 2조 5000억 원까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내년 아이온2에서만 3000억 원에서 3500억 원 사이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출시 일주일 기준 약 250억 원이라는 초반 수치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장기 유지 매출과 업데이트 주기, 이용자 잔존율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BM 다변화와 플랫폼 분산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구독형 서비스, 시즌 패스, 배틀패스 등 예측 가능한 지출 구조가 확산되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논의도 강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제화에 나서고 있으며,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과금 한도나 표시 기준을 설정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온2의 박리다매형 BM은 국내 규제 환경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중장기 대응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엔씨 내부에서는 아이온2를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서비스 관점에서 운영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한다. 엔씨 관계자는 첫 장이 완성됐을 뿐 앞으로 만들어야 할 이야기가 무한하다고 언급하며, 이용자와 함께 모험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초기 매출 규모보다 업데이트 주기, 콘텐츠 확장, 커뮤니티 유지 전략을 핵심 지표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장기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는 계절별 이벤트, 대규모 확장팩, 신규 클래스와 지역 추가 등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이 이용자 이탈을 늦추는 핵심 요소로 작용해 왔다.

 

게임 산업계에서는 아이온2가 국내 MMORPG BM 혁신과 플랫폼 매출 구조 전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고과금 중심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 대한 피로감과 규제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이용자 친화적 BM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산업계는 아이온2가 단기 흥행을 넘어 장기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아 엔씨 실적과 국내 게임 생태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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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아이온2#리니지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