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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포장에 유해발굴 홍보”…유유제약, DNA 기반 보훈사업 지원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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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민간 제약사가 유통 채널을 더해 힘을 보태고 있다. 생활밀착형 건강기능식품 패키지를 홍보 매체로 활용해, 그동안 제도와 예산 중심으로 진행되던 신원확인 참여를 일상 속 행동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DNA 기반 신원확인 보훈사업이 기업 사회공헌과 결합하는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유제약은 9일 자사 대표 비타민C 제품인 유판씨팝 패키지에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참여를 독려하는 유유캠페인 문구와 QR 코드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QR 코드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모바일 페이지와 연동돼 유가족 참여 절차와 DNA 채취 기관 안내 등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유캠페인은 당신도, 당신의 지인도 유가족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6·25전쟁 당시 전사했으나 수습되지 못한 약 12만여 위의 유해를 찾아, 유가족과의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국립 현충원에 안장하는 국가 보훈사업에 일반 국민 참여를 넓히려는 취지다.

 

유해발굴 및 신원확인 과정에서는 채취된 유골에서 확보한 DNA 프로파일과 유가족 시료를 대조하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핵심으로 활용된다. 이번 캠페인은 복잡한 기술 설명 대신, 소비자가 비타민 제품을 구매하고 패키지에 인쇄된 QR 코드를 스캔하는 단순 행동만으로도 관련 정보를 얻고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참여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로, 본인 친가와 외가 8촌 이내에 6·25 미수습 전사자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 뒤, 인근 군부대와 군·보훈·적십자병원, 보건소 등에서 구강을 스폰지 막대로 문지르는 방식으로 시료를 채취하면 된다. 혈액 채혈 대신 비침습적인 구강 상피세포 채취 방식이 활용돼, 고령층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가족이 DNA 시료 채취에 참여하면 기념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제공되며, 실제 유가족으로 확인될 경우 10만 원의 포상금, 전사자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 유가족 대표에게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재정적 보상과 더불어, 장기간 확인되지 못했던 전사자의 신원을 밝혀 국립 현충원에 안장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DNA 기반 신원확인이라는 바이오 기술 인프라와, 건강기능식품 유통망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 모델로 해석하고 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유전체 프로젝트와 달리, 이미 구축된 분석 체계에 소비자 접점을 더해 참여 저변을 넓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전자 분석 기술 고도화와 데이터베이스 확충을 병행하고 있고, 민간 기업의 참여가 늘어날 경우 유가족 시료 확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유전자 분석과 보건 인프라, 민간 헬스케어 서비스 간 연계가 확대되면, 향후 보훈 영역뿐 아니라 재난·실종자 신원확인 등 공공 분야 전반에서 바이오 기술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해발굴과 신원확인 과정에서 축적되는 유전자 정보가 민감정보인 만큼, 데이터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더욱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훈 목적 활용에 한정된 데이터 거버넌스와 명확한 동의 절차, 저장 및 폐기 기준이 산업 확산 속도보다 앞서 정교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생활 속 제품 패키지를 통해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참여를 환기하는 시도가, DNA 기반 보훈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캠페인이 바이오 기술과 공공 보훈정책, 민간 사회공헌이 어떻게 접점을 넓혀갈지 지켜보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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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제약#유유캠페인#유판씨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