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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기술윤리 보고서 공개…AI 시대 책임경영 강화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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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플랫폼 서비스가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술윤리가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연간 기술윤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국내 ICT 업계의 거버넌스 구축 흐름을 구체화했다. 개인정보보호와 아동·청소년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등 민감한 이슈를 선제적으로 다루려는 시도로, 향후 규제 환경 변화와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31일 그룹 기술윤리 실천 활동을 정리한 2025 카카오 그룹 기술윤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는 올해 디지털 아동·청소년 보호 체크리스트 개발을 포함해 기술윤리 관련 활동 61건을 수행했다. 인공지능 추천, 메신저, 콘텐츠 플랫폼 등 이용자 일상과 밀접한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지침과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카카오 그룹 기술윤리 소위원회의 운영 성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소위원회는 각 계열사별 기술윤리 리더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매달 회의를 열어 서비스 환경과 기술 특성이 다른 각각의 사업에 맞는 과제를 선정한다. 이후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출시와 운영까지 전 주기 관점에서 실천 방안을 협의하고, 연간 추진 결과를 점검하는 구조다. 기술 개발과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조직이 별도의 준법·보안 조직과만 소통하던 기존 방식보다, 현업과 기술윤리 담당자가 동시에 관여하는 다중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카카오가 중점 관리 영역으로 설정한 다섯 가지 기술윤리 이슈가 제시됐다. 기술의 안전과 신뢰,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과정의 투명성, 소외 계층을 고려한 포용성과 공정성,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이용자 주체성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핵심 축이다. 카카오 측은 개별 서비스별로 이 다섯 축을 기준으로 리스크를 식별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영역부터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내재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는 미성년자 보호 체계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소위원회는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디지털 환경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디지털 아동·청소년 보호 체크리스트를 개발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유니세프의 디지털아동영향평가 프레임워크를 참고해 제작됐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청소년보호책임자 자율점검 기준도 반영했다. 국내외 규범과 국내 자율규제를 결합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관련 법제 정비와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 규정 논의 때 참고 사례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카카오는 내부 구성원의 인식 제고를 위해 기술윤리 교육 콘텐츠도 별도 제작했다. 카카오 그룹 기술윤리 교육 영상은 임직원이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개인정보, 차별과 편향, 설명가능성 같은 핵심 원칙을 사례 중심으로 다룬다. 신입 및 개발 직군 중심의 기초 교육에서 시작해, 향후 직군별 심화 과정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온라인 월간 테크에틱스를 발간해 기술윤리 이슈를 설명하고, 개발 방향과 한계를 공개하는 소통 창구로 활용 중이다.

 

외부와의 연계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외 기술윤리 관련 포럼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글로벌 기관과 협력 채널을 넓히고 있다.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규제 논의나 미국의 플랫폼 책임 규제 동향처럼 해외에서 빠르게 바뀌는 기준을 살피고, 자사 서비스 구조와 데이터 활용 체계에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과정이 병행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ICT 기업에 기술윤리 보고서가 일종의 비재무 성과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공지능 윤리와 개인정보보호를 둘러싼 규제 환경은 앞으로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규제법과 데이터 보호 규정, 각국의 아동 온라인 보호 법제 등은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에서도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알고리즘 추천에 대한 책임 범위를 두고 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보고서를 통해 그룹 차원의 기술윤리 원칙과 활동을 공개한 것은,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업계 전반의 공통 규범 형성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상호 카카오 그룹 기술윤리 소위원장은 기술을 통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강조하며, 카카오의 구체적 노력을 외부에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 그룹의 기술이 사람을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도록 계열사와 함께 고민하고 기술윤리를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카카오의 이번 보고서 발간이 국내 ICT 기업 전반의 기술윤리 거버넌스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지, 그리고 이 같은 자율적 노력이 실제 시장에서 신뢰와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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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기술윤리#디지털아동청소년보호체크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