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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실황도 TV로 본다…LG헬로, 미디어·공연 상생 모색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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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공연 실황을 방송 플랫폼으로 옮기는 시도가 공연 산업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역 기반 유료방송 사업자가 대학로 공연을 TV 채널에 편성하면서, 공연예술의 유통 방식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멀티플랫폼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험이 장기적으로 공연 IP를 디지털 콘텐츠 자산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헬로비전은 11일 대학로 소극장 공연 실황을 헬로TV를 비롯한 다수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는 TV 콘텐츠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유료방송사인 LG헬로비전과 공연 원작자, 중소 제작사, 중소 방송채널사용자 등 4자가 협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LG헬로비전은 전체 기획과 유통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공연 제작사와 PP가 촬영·편집·채널 편성을 맡는 역할 분담이다.

기술적으로는 공연장을 다각도로 촬영한 라이브 영상과 현장 음원을 방송 표준에 맞춰 후반 작업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단순 카메라 중계가 아니라, 장면별 구도와 자막, 음향 보정 등 방송용 패키지로 재가공해 하나의 완결된 VOD형 공연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콘텐츠 제작을 담당한 위즈온센은 공연 실황의 현장감을 살리면서도 TV 시청 환경에 맞는 컷 구성과 동선 편집을 통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첫 작품으로는 대학로 창작 뮤지컬 하트셉수트가 선정됐다. 고대 이집트 최초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와 그 곁에서 미스터리한 서사를 이끄는 여성 아문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탄탄한 배우진과 라이브 밴드 구성을 강점으로 입소문을 탔던 공연으로, 이날 발표에 따라 이달 중 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NA, 더무비, 시네마TV 등 3개 채널에서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을 통해 순차 편성될 계획이다.

 

이번 모델의 산업적 의미는 공연 관람의 물리적 제약을 디지털 유통으로 완화한다는 데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대학로 공연을 지방 거주 시청자도 거실 TV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간 문화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동시에 특정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이른바 팸층에게는 무대에서 놓쳤던 장면을 다른 앵글과 편집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2차 소비 채널이 추가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협력 구조는 공연 산업의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실험으로도 평가된다. 대부분의 소극장 공연은 좌석 판매에 매출이 집중돼, 회차와 객석 점유율 한계에 부딪혀 왔다. TV 편성과 이후 주문형비디오 VOD, 재편집판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유통이 정착될 경우 하나의 공연 IP가 라이브 공연, 방송, 디지털 재판매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OTT와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장기적으로 거론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연 실황의 영상화와 멀티플랫폼 유통이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뮤지컬과 콘서트가 OTT 전용 실황 영상, 극장 동시 상영, 스트리밍 독점 계약 등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연 IP 가치가 장기적인 디지털 자산으로 평가받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극장 뮤지컬과 아이돌 콘서트 중심으로 실황 중계가 일부 시도됐지만, 대학로급 소극장 공연을 정기 프로그램처럼 유료방송 채널에 편성하는 모델은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깝다.

 

공연예술과 방송 산업의 협업에 따라 저작권·초상권 관리, 수익 배분 구조, 플랫폼 독점 여부 등도 향후 제도 정비가 필요한 영역으로 떠오른다. 공연 원작자와 작곡가, 연출가, 출연 배우, 제작사, 유통 플랫폼 간의 권리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면 디지털 유통 확대가 곧바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공연계 표준 계약서에 영상화와 2차 저작물 유통 조건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공연 실황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로 뮤지컬과 연극은 물론 콘서트, 어린이 공연까지 장르를 넓혀 연중 상시 편성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기반 케이블TV 사업자로서 각 지역 공연장 및 기획사와의 제휴를 통해 로컬 공연 실황까지 아카이빙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거론된다.

 

임성원 LG헬로비전 상무는 공동사업이 공연예술과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여는 상생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이고 고객 경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원 위즈온센 대표는 공연 실황을 완성도 높은 시청각 작품으로 재구성해 TV 플랫폼을 대학로로 통하는 또 하나의 창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장기적으로 IPTV와 OTT,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공연예술이 현장 관람 중심이라는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복제와 유통을 통해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하는 혼합형 비즈니스로 진화할 수 있을지에 공연·미디어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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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헬로비전#하트셉수트#위즈온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