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고령층 빙판골절 경보”…국민건강보험, 사망률 통계 경고

조민석 기자
입력

빙판길 낙상 사고가 겨울철 고령층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날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전국 곳곳에 빙판길이 형성된 가운데, 뼈가 약해진 노인은 가벼운 미끄러짐만으로도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은 수술 후에도 1년 내 사망률이 10퍼센트 중반대에 이르고,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70퍼센트 수준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 사고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의료 문제로 해석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고령층은 골다공증 등으로 뼈의 강도가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겨울철 빙판길에서 넘어질 경우 손목이나 발목 골절이 흔히 나타나며, 충격이 커지면 고관절이나 척추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은 골반뼈와 넓적다리뼈를 연결하는 하반신 최대 관절로, 서기와 걷기 등 기본 움직임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다.

고관절에 골절이 생기면 체중을 지탱하지 못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일어서거나 보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수술을 통해 뼈를 맞추거나 인공관절을 삽입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활동성을 되찾기 어렵다. 한 번 넘어진 경험을 한 노인은 재낙상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외출을 꺼리고 실내에만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근육량 감소, 우울 증상, 만성질환 악화 등 2차 건강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4.7퍼센트, 2년 내 사망률은 24.3퍼센트로 집계됐다. 수술을 받지 않고 골절을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70퍼센트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된다. 감염, 혈전증, 폐렴, 심혈관계 합병증 등이 겹치면서 전신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고관절 골절을 단순 정형외과적 손상이 아닌, 고령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 중증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김상민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손상 이후 기능 저하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 환자를 기준으로 고관절 골절이 한 번 발생하면 2명 중 1명은 다시 이전 수준의 기동 능력과 독립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4명 중 1명은 장기간 요양기관이나 가정 내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낙상이 장기 입원과 재활, 돌봄 인력 투입으로 이어지면서 개인과 가족, 사회보험 재정에 적잖은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의료현장에서는 작은 낙상이라도 허리나 엉치 부위 통증, 절뚝거림, 체중 부하 시 통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영상검사를 포함한 진단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초기에는 단순 타박상으로 오인해 방치하다가 며칠 뒤 증상이 악화돼 내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골다공증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미세골절이 육안상 확인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사전 예방 차원의 생활수칙도 강조된다. 겨울철 빙판길을 걸을 때에는 평소보다 보폭과 속도를 각각 10퍼센트 이상 줄여 무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붙이는 느낌으로 걷고, 손은 장갑을 끼되 주머니에 넣지 않아야 갑작스러운 미끄러짐에도 균형을 잡기 쉽다. 난간이나 지팡이, 보행보조기를 활용해 체중을 분산하는 것도 낙상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고령층의 낙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의료비 지출과 장기요양 수요 증가로 직결되는 공중보건 이슈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고관절 골절 이후에는 수술, 재활치료, 요양시설 이용 등 복합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적잖은 부담을 유발한다. 의료계와 공단은 지역사회에서 낙상 위험 환경을 줄이고, 겨울철 집중 예방 캠페인과 골다공증 관리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고령화 심화에 따른 낙상 예방 제품과 서비스 수요 증가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끄럼 방지 신발, 스마트 낙상 감지 센서, 실내 보행 보조 로봇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이미 시장에 나오고 있으며, 의료데이터 기반 낙상 위험 예측 알고리즘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보급과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한파와 고령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겨울철 낙상 사고의 의료·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높은 사망률과 장기 요양 필요성을 고려할 때, 조기 진단과 수술 기술 발전 못지않게 예방 중심의 지역사회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와 지자체, 사회보장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빙판길 낙상이 초래하는 고령층의 삶의 질 저하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겨울철 고관절 골절 경보가 예방 기술과 서비스 확산의 분수령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고관절골절#빙판길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