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그대로 두고 싶었다”…카카오톡 친구탭 3개월 만에 원상 복구 예고 → 바뀐 일상에 쏟아진 이용자 목소리
요즘 카카오톡을 열면 예전처럼 바로 친구 목록이 보이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깐의 실험 같았던 디자인 변화는 불편으로 돌아왔고, 익숙한 첫 화면에 대한 그리움은 일상의 작은 스트레스로 쌓였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친구탭 첫 화면을 다시 친구 목록이 기본으로 보이도록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3개월 전 대대적인 개편으로 바뀐 구조를 되돌리는 셈이다. 이용자는 앱을 열자마자 예전처럼 친구 이름과 프로필을 세로 목록으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논란의 출발점은 25.8.0 버전이었다. 카카오는 메신저를 넘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듯, 친구탭과 프로필, 채팅방 목록, 오픈 채팅 디자인 전반을 손봤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눈에 띄었다. 프로필에는 사진과 영상을 게시물로 올려 꾸미는 기능이 더해졌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보던 숏폼 영상 메뉴가 카카오톡 안으로 들어왔다.
변화의 중심에는 친구탭도 있었다. 친구 목록은 더 이상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친구가 업데이트한 게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전체 친구 프로필이 상단에 가로로 정렬되고, 그 아래에 콘텐츠 흐름이 깔리는 식의 구조였다. 카카오는 “친구와의 소통을 더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를 내비쳤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25.8.0 버전 업데이트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 평점은 1.1점까지 떨어졌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평점이 2.2점 수준으로 낮아졌다. 평소 자주 쓰는 앱이기 때문에 업데이트에 관대한 편이던 이용자들마저 별점을 통해 불편함을 드러낸 셈이다. 리뷰란에는 “메신저를 쓰고 싶은데 SNS를 강요받는 느낌이다”, “친구를 찾는 일이 이렇게 피곤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에게 새 구조 설명해 드리다가 포기했다”, “연락하려고 들어갔다가 숏폼 영상만 보다 시간을 잃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만큼 카카오톡이 ‘연락 수단’이라는 기본 기능에서 벗어날 때, 이용자가 느끼는 피로감이 크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야 했나”라고 적으며 복잡한 심정을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일상 플랫폼 피로’라고 부른다. 메신저, 결제, 쇼핑, 콘텐츠까지 한 앱 안에 다 들어오면서 편리함은 커졌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핵심 기능이 흐려지는 순간 거부감이 커진다는 뜻이다. 한 디지털 트렌드 분석가는 “사람들은 메신저 앱에서 최신 트렌드보다 예측 가능한 사용 경험을 원한다”며 “특히 첫 화면과 기본 버튼처럼 매일 손이 가는 영역은 작은 변화도 크게 체감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자가 주변 20~40대 이용자들에게 물어보니, 반응의 결은 비슷했다. 20대 직장인은 “새 기능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채팅하려고 들어갈 때마다 한 번 더 눈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라 피곤했다”고 털어놨다. 30대 이용자는 “업무 연락 때문에라도 카카오톡은 안정적인 도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것도 좋지만, 연락은 빠르고 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친구탭 복원 결정은 그래서 단순한 UI 조정이 아니라, 카카오톡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처럼 보인다. 소셜 기능과 숏폼 콘텐츠는 유지하되, 친구 목록이라는 기본 구조는 다시 예전 자리를 찾게 된다. 메신저와 SNS 사이에서 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추후 적용될 예정이다. 세부 일정과 방식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이용자들은 다시 한 번 앱을 업데이트하며 자신의 일상을 관리하는 도구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지켜보게 된다.
작고 사소한 화면 한 줄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디지털 서비스를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매일 카카오톡을 여는 우리의 손끝에서 조금씩 답을 찾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