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취급한 뒤 무릎 사과”…순천 다이소 논란, ‘갑질’인가 오해인가
순천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직원이 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손님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사자인 손님과 직원 모두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과 입장을 밝혔다. 영상 속 장면과 달리 계산 오류 확인과 도난 사고 이후 매장 대응이 겹치면서 서로 다른 인식이 충돌한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건은 이달 21일, 전남 순천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여성이 매장에서 아이를 제대로 보지 않아 직원이 제지했고, 이에 화가 난 손님이 중년 여성 직원에게 폭언을 하며 무릎 사과를 받았다’는 취지의 글과 함께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아이에게 ‘뛰면 위험하다’고 직원이 말한 뒤, 아이 엄마가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고, 엄마뻘인 직원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게시된 영상에서는 여직원이 손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여기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손님은 “내가 아까 제지했다. 제지는 엄마가 한다”, “직원이 뭔데 손님이 얘기하는데 계속 아기만 쳐다보고 있냐?”라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이 퍼지자 온라인에서는 “아이 엄마의 과한 항의”, “직원에게 무릎을 꿇게 한 갑질”이라는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28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 인터뷰에서 손님은 전혀 다른 정황을 주장했다. 6살·4살 아들과 함께 해당 매장을 찾았다는 이 손님은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잘못 찍어 두 번 경고음이 났고, 그때 직원이 다가오더니 제 바구니를 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님에 따르면 그는 “지금 뭐 하시냐, 잘 찍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직원은 아이를 한 번 쳐다본 뒤 “확실하냐”고 되물었고, 결제 완료 후에도 영수증을 다시 뽑아 구매 물품을 하나씩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손님은 이러한 과정에서 “도둑 취급을 받았다”는 감정을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계산을 마쳤는데도 계속 의심하는 말을 했다. 왜 영수증을 다시 보냐고 묻자 직원이 ‘원래 고객님 건 다 뽑아 확인한다’, ‘며칠 전에 누가 물건을 훔쳐 가 경찰도 왔었다’고 말했다”며 “제가 ‘도둑 취급하는 거냐’고 따졌고, 그때 직원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언제 무릎을 꿇으라고 했냐. 오히려 제가 당황했다. 그런데 직원이 제 쪽으로 기어 오면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손님은 자신의 말투와 태도가 온라인상에서 과도하게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 말투가 사투리도 있고 예쁘지 않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본다”며 “누가 저한테 돌을 던져도 다 맞을 수 있는데, 아이들까지 ‘갑질한 엄마의 자녀’처럼 피해를 입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때 직원분한테 그렇게 하고 돌아온 건 저도 마음에 걸렸다. 혹시 그분이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이소 본사와 매장 측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손님은 방송에서 “처음에는 회사 측이 제게 사과했지만, 이후 사건이 갑질 논란으로 번지자 ‘왜 그렇게까지 했냐, 직원이 잘못했다는 말이냐’는 식으로 되묻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여론이 손님에게 일방적으로 비난을 쏟아내는 사이, 회사가 명확한 사실관계 설명보다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집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매장 직원도 ‘사건반장’을 통해 자신의 행동 일부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아이가 자동문 앞에서 장난을 쳐 손을 다칠까 봐 제지한 건 맞다”며 “셀프 계산대에서 오류가 뜨면 직원이 가서 확인하는 게 매뉴얼이다. 그래서 영수증을 재출력해 구매 물품을 다시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고객 입장에서 불쾌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내 잘못도 있어 더 이상 얘기가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매장 도난 방지와 안전 관리, 그리고 고객 응대 사이에서 현장 직원과 손님이 어디까지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점포 내 도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부 유통업체는 계산 오류와 경고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매뉴얼이 현장에서 곧바로 ‘도둑 의심’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정당한 고객 보호와 인권 침해 논란이 동시에 뒤섞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계산 오류 확인, 매장 내 어린이 안전 지도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직원과 손님 간의 소통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아동이 관련된 상황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한 개입이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한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매뉴얼 외에도 세심한 대응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다이소 측은 논란 확산 이후 구체적인 징계나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손님과 직원, 기업의 책임을 두고 상반된 의견이 이어지고 있으며, 초기 영상만으로 여론이 한쪽을 향해 몰리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유통 매장 현장에서 반복돼 온 ‘갑질’ 논란과 더불어, 도난·안전 매뉴얼과 인권 보호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경찰이나 노동 당국의 조사 대상은 아닌 사안이지만, 회사 차원의 사실 확인과 재발 방지 대책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