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푸르름 길을 걷다”…대가야의 여름,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나들이
요즘 고령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한적한 시골 마을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역사를 듣고 자연을 쉬는 주말 나들이지의 한 장면이 됐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 선택 속에서 달라진 가족 여행의 감각이 분명히 담겨 있다.
고령군의 한낮 기온이 30도를 기록한 7일, 멀리서도 무더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구름이 하늘을 가려 한결 여유로운 대기였다. 바람은 장난스럽게 불고, 미세먼지도 깨끗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이른 오후부터 대가야생활촌과 대가야수목원, 그리고 지산동고분군을 거닐고 있었다.

특히 대가야생활촌은 고대 가옥과 신기한 생활 도구 체험으로 아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한 엄마는 “아이랑 손잡고 흙길을 걷다 보면, 옛 선조들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고 느꼈다. 이어 대가야수목원에서는 짙어진 초록 그늘 아래에서 시골의 한적함과 넉넉함이 더욱 깊어진다. SNS에는 ‘#고령나들이’ 해시태그와 함께 가족들이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속속 올라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고령군의 주요 관광지 방문객은 여름철에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어린이과학체험관과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역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코스로 꼽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령은 아이들이 자연과 역사, 과학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곳이어서, 여름방학 가족 여행지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풍성한 선택지 덕분에 부모 입장에서도 나들이 계획이 한결 넉넉해졌다. 누군가는 “날이 더워도 그늘길과 실내 체험관을 오가니 아이도 어른도 편안했다”고 고백하며, “자연 속에서 오랜 역사를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시간이 남는다”고 소감을 표현한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강한 햇볕 걱정 없는 고령이 여름 가족 나들이에 딱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글이 이어진다.
이곳의 의미는 단지 무더위를 피하는 차원을 넘는다. 실제로 산책길에 쌓인 초록 나뭇잎, 대가야인들의 삶을 엿보는 체험은 도심에선 경험하기 힘든 여유와 집중을 선물한다. 전문가들은 “고령 나들이의 본질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쉬게 하는 데 있다”고 해석했다.
작고 소박한 선택들이 우리의 주말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대가야의 언덕과 그늘 아래에서 보내는 이 시간들이, 삶의 무게마저 잠시 가볍게 만들어 준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