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에 대한 극심한 집착”…트럼프, 롭 라이너 부부 피살에도 조롱 발언 파문

조보라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15일, 미국(USA)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할리우드 거장 로브 라이너 부부 피살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너 부부의 사망 소식을 두고 조롱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 사회뿐 아니라 국제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할리우드에서 매우 슬픈 일이 일어났다”며 영화 감독 로브 라이너와 그의 아내 미셸의 사망 소식을 언급했다. 그러나 애도 대신 “그의 사인은 ‘트럼프 광증 증후군(TDS)으로 알려진, 극복할 수 없는 정신 질환”이라고 적어 고인을 조롱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극심한 집착으로 주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미국의 황금기를 맞이하면서 그의 편집증은 극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글 말미에는 “롭과 미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지만, 앞선 표현들이 격한 논란을 촉발했다.

트럼프, 롭 라이너 부부 피살 소식에 조롱…“나에 대한 극심한 집착” (사진: 미시시피의 유령)
트럼프, 롭 라이너 부부 피살 소식에 조롱…“나에 대한 극심한 집착” (사진: 미시시피의 유령)

이 같은 발언은 정치적 반대자를 향한 조롱을 넘어, 피살 피해자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게시글이 공개되자 미국 내 주요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무례하고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급속히 확산됐다. 트럼프 지지층 일부는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지만,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대통령직 품위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행사에서 해당 게시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묻는 질문을 받자 입장을 누그러뜨리기보다는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적어도 트럼프에 관한 한 그는 정신이상자였다”고 말하며 라이너를 다시 비난했다. 이어 로브 라이너가 이른바 ‘러시아 사기극’ 의혹의 배후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미국에 매우 해롭다고 생각했다”고도 발언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을 둘러싸고 미국 정계와 사회를 깊이 갈라놓았던 이슈다.

 

트럼프의 잇단 발언은 정치적 논쟁과 별개로, 피살 사건의 피해자를 정신질환자라고 지목한 데 대한 윤리·도덕적 비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개인적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이 유가족과 할리우드 업계에 추가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죽은 이들을 모욕했다”는 비난과 함께, 대통령의 언어가 폭력적 정치 문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로브 라이너와 미셸 라이너는 전날 LA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부부의 아들 닉 라이너를 지목해 현장에서 체포한 뒤 조사 중이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는 아직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로브 라이너는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 중 한 명으로,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칼 라이너의 아들이다. 1984년 영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로 감독 데뷔한 뒤 ‘스탠 바이 미’, ‘프린세스 브라이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 맨’,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스토리 오브 어스’, ‘플립’, ‘산타모니카 인 러브’ 등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갑작스러운 피살 소식은 영화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치 문화의 양극화와 품격 논란을 재점화하는 계기로 비춰지고 있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가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미국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조롱성 표현을 반복하는 행태가 외교 무대에서의 신뢰도와 리더십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미국 내 정치 양극화, 유명 인사에 대한 온라인 혐오, 그리고 공적 인물의 언어 책임 문제와 맞물린 사건으로 보고 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범행 동기와 사건 전모가 드러나는 동시에, 트럼프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할리우드 거장의 피살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미국 정치·사회에 어떤 후폭풍을 남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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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트럼프#롭라이너#트루스소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