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NXT 2%대 하락” …엘앤에프, 자사주 매각·BW 부담에 차익 실현 확대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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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가 3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과 북미 공장 확정이라는 호재성 재료를 공개했지만, 야간 시간외 시장에서 주가가 되레 밀리며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17일 정규장에서 주가는 강보합으로 마감했으나, 넥스트레이드 시장(NXT)에서는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 전환해 단기 흐름에 변곡점이 생길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각과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따른 물량 부담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하며, 향후 조정 폭과 거래 패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엘앤에프는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34% 오른 11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130,000원대를 터치한 뒤 조정 구간에서 110,000원 후반대를 지지하는 흐름을 보인 가운데, 이날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5일 이동평균선 회복을 시도했다. 그러나 장 마감 이후 열린 NXT 시장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오후 8시 43분 기준 NXT에서 엘앤에프는 정규장 종가 대비 2.54% 하락한 115,200원에 거래되며 3,000원 이상 빠졌다. 정규장 종가와 NXT 현재가 사이 괴리율이 2%포인트 이상 벌어지면서, 장 종료 이후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냉각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엘앤에프[06697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 엘앤에프[06697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실적 측면에서는 턴어라운드가 뚜렷하다. 엘앤에프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21억 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였던 77억 원을 184% 웃돌았다. 전 분기 대규모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수익성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켈 함량 95% 이상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을 앞세워 업황 둔화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점은 동종 업계 내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시가총액은 약 4조 7,000억 원으로 코스피 106위 수준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약 15%로 집계된다.

 

다만 실적 개선과 동시에 진행된 자금 조달 이슈가 주가에 역풍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엘앤에프는 JP모건 등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 자사주 100만 주를 약 1,281억 원 규모에 매각했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해외 투자자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와 미래 투자 재원 확보가 목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유통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지분 희석과 잠재 매물 부담을 의미하는 오버행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흑자 전환이라는 호재가 ‘탈출 기회’로 활용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구도다.

 

수급의 온도 차도 뚜렷하다. 최근 4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정규장에서 약 2만 주를 순매수하며 매수세로 돌아섰고, 기관도 3만 8,000주가량을 담았다. 매수 상위 창구에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기관 계좌가 포진한 점은 수급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XT 시장에서의 2%대 하락은 정규장 수급이 단기 트레이딩 성격에 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규장에서 유입된 매수 물량이 유동성이 얕은 야간장 구간에서 차익 실현 물량으로 되돌아섰는지가 18일 장 초반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기업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중장기 성장 전략이 비교적 명확하다. 회사는 미국 미시간주에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기차 보급과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를 선점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적인 하이니켈 양극재 중심에서 LFP 밸류체인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동종 업계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명분으로도 활용된다. JP모건 대상 자사주 매각도 단순 유동성 확보를 넘어, 향후 대규모 설비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실탄 마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관건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며 ‘진짜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2024년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025년 이후 이익 체력이 어느 수준까지 정상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갈리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 PBR은 약 8배로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에 선반영된 기대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 전략 측면에서는 NXT 하락 폭이 18일 시초가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핵심이다. NXT 기준 115,000원 안팎 지지 여부가 단기 추세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거론되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시초가 하락 이후 저가 매수세 유입 여부를 관망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장기 투자자들은 3분기 흑자 전환으로 최소한 실적 바닥은 통과했다고 보고, 2026년 이후 북미 공장 가동과 ESS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퀀텀 점프’를 겨냥한 분할 매수 전략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추가 자금 조달이나 추가적인 오버행 뉴스가 나올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도 남아 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지분 희석 우려가 꼽힌다. BW 워런트 행사와 자사주 매각으로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날 경우 주당순이익(EPS) 하락과 함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얇아질 수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빠르게 재조정될 수 있고,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나 배터리 소재 가격 변동 같은 외부 변수도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단기적 가격 변동성에 주의하면서, 북미 사업 진척 속도와 ESS 매출 현실화 여부를 중장기 투자 판단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향후 엘앤에프 주가 흐름은 미시간 공장 투자 진척도, 글로벌 전기차·ESS 수요 회복 속도, 추가 자금 조달 계획 등 복합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단기 조정과 장기 성장 모멘텀 사이의 균형을 점검하며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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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넥스트레이드#nxt야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