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임신·출산기, 군인 전보 유예해야"…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에 제도 개선 권고
군인의 근무지 이동을 둘러싼 갈등과 군인가족의 고충을 두고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방부가 제도 개선을 놓고 마주섰다. 임신과 출산기 군인가족의 생활 여건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정치권과 국방 당국의 숙제로 다시 떠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배우자가 임신했거나 출산한 직후인 군인의 근무지 이동을 일정 기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군인가족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해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날 권고에서 군인의 인사 운용 과정에서 가족 친화적인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그동안 군에서 인사 운영상 필요를 이유로, 배우자가 만삭이거나 출산 직후임에도 군인에게 근무지 이동 명령이 내려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임신·출산기 돌봄 공백과 주거 불안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지속해서 접수돼 왔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권익위는 우선 국방인사관리 훈령을 개정해 군인 배우자의 출산 전후 일정 기간에는 근무지 이동을 유예하거나 보류할 수 있도록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지휘관 재량에 맡겨진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제도적으로 군인가족 보호 장치를 두자는 취지다.
또 배우자가 유산, 사산,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경우 남성 군인이 가족간호 목적 청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훈령에 근거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권익위는 의학적 위험이 확인된 상황에서조차 남성 군인이 제도적인 이유로 곁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근무지 이동 명령으로 새로운 지역에 전입한 군인 가족에 대해서는 출산 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거주 기간 요건을 면제하라고 권고했다. 잦은 전출입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군인가족 특성을 고려해, 출산 지원금 수급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대출 제도와 관련해서도 권익위는 군인에 대해 실거주 의무의 예외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실제 거주가 어려운 경우에도 정책 대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교화하라는 주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권고가 군인의 인사권 행사와 군인가족의 기본 생활권 보장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가 실제로 국방인사관리 훈령 개정과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설지, 또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는 앞으로의 논의와 협의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군인가족에 대한 지원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와 관계기관이 권익위 권고를 토대로 어떤 후속 조치를 마련할지에 따라 군 인사제도와 가족 지원 정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