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체제 구축”…광동제약, 전략·실행 분리로 지배구조 전환
제약사 지배구조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광동제약이 대표이사를 둘로 나누는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면서 전략과 실행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개편에 나섰다. 성장 정체와 연구개발 경쟁 심화로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제약 산업에서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 경영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환을 오너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보완하고 중장기 R&D 투자와 신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분기점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광동제약은 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박상영 경영총괄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기존 최성원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2인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각각이 독립된 대표권을 갖는 구조로, 특정 사안마다 공동 결재를 거치는 공동대표와 달리 담당 영역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새 체제에서 최성원 대표이사 회장은 전략과 신사업, R&D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 역할에 집중한다. 제약·헬스케어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설계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파이프라인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데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특히 신약·개량신약, 건강기능식품,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발굴과 투자 계획, 연구개발 방향 설정을 직접 주도하며 리스크를 감수하는 역할이 예상된다.
박상영 대표이사 사장은 경영총괄 CEO로서 주요 사업본부와 지원조직 전반을 책임진다. 영업·마케팅, 생산·품질, 인사·재무 등 실행 조직을 통합 관리해 현장의 전략 이행력을 높이는 임무에 방점이 찍힌다. 제약 유통 구조 변화와 보험 약가 환경, 원료의약품 공급 불안 등 실무 이슈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해 수익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체제 개편은 기존 방식이 갖던 의사결정 병목을 줄이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전략·R&D는 장기 리스크를 동반하고, 본업 사업운영은 분기 단위 실적 압박을 받는 탓에 한 대표이사가 두 영역을 동시에 조율할 경우 투자 속도가 늦어지기 쉽다. 전략과 실행을 분리해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R&D와 신사업 투자는 장기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고, 기존 사업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투트랙 운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최근 디지털 전환, AI 기반 신약개발, 글로벌 임상 확대 등으로 경영 난도가 높아지면서 각자대표 도입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연구개발, 생산, 해외사업, 재무 등 기능별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세우고, 오너는 포트폴리오와 자본 배분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흐름이다. 광동제약의 이번 결정도 이러한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 흐름 속에서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각자대표 체제 도입을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두 대표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투자·M&A, 신사업 진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굵직한 경영 의제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각자대표 체제가 성과를 내려면 명확한 역할 분담과 책임 범위 설정, 이사회 차원의 견제·감독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R&D 의사결정과 사업 전략이 밀접하게 얽혀 있어, 두 대표 간 정보 비대칭을 최소화하고 이해상충을 조정할 수 있는 지배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계는 광동제약의 이번 거버넌스 개편이 실제 경영 성과와 R&D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