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사양도 120인 동시전투”…카발RED, 구글 1위로 MMORPG 생태 반전
저사양 기기에서도 돌아가는 경량형 MMORPG가 고사양 경쟁 일변도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스트게임즈가 20년간 운영해 온 PC 온라인 게임 카발 온라인의 정통성을 계승한 모바일 신작 카발RED가 정식 출시 하루 만에 구글플레이 인기차트 1위에 올랐다. 크로스플랫폼과 자동 진행 시스템을 앞세운 이번 작품은 직장인과 라이트 유저층을 빠르게 흡수하며, 국내 MMORPG 시장 전략의 무게중심을 바꿀 변수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카발RED 흥행을 레거시 IP 활용과 경량화 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이스트게임즈는 28일 카발RED가 구글플레이 인기차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식 서비스 개시 직후 주요 마켓 상단에 안착한 배경으로는 장기간 축적된 카발 온라인 팬덤과 모바일 환경을 겨냥한 최적화 기술 조합이 꼽힌다. 회사는 서비스 초기 이용자 유입 패턴을 토대로, 신규와 복귀 이용자가 모두 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발RED의 기술적 차별점은 경량화된 클라이언트 구조와 렌더링 최적화에 있다. 최근 MMORPG는 고해상도 텍스처, 실시간 조명, 대규모 필드 연출 등으로 기기 요구 사양이 크게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카발RED는 그래픽 자산을 재구성해 데이터 용량을 줄이고, 전투 상황에서 필수 요소 위주로 연산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저사양에서도 프레임 저하를 최소화하는 설계를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도 다수 이용자가 동시에 전투에 참여하는 상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설계 측면에서는 원작 감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액션성을 덧입혔다는 점이 강조된다. 배경은 대파괴 이후 네바레스로 설정됐으며, 포스 실더, 워리어, 위저드, 포스 아처, 포스 블레이더 등 5개 클래스로 플레이 스타일을 세분화했다. 포스 실더는 공격과 방어를 균형 있게 수행하는 탱커 겸 딜러, 워리어는 근접전 중심의 물리 공격 특화, 위저드는 원소 포스를 활용한 광역 마법 딜러, 포스 아처는 정밀한 원거리 타격, 포스 블레이더는 포스 기반 검술을 구사하는 하이브리드형 캐릭터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기존 카발 온라인 유저에게는 익숙함을, 모바일 이용자에게는 직관적인 역할 분담 구조를 제공한다.
특히 카발RED는 최근 MMORPG 트렌드인 ‘고사양·고난도 조작’ 흐름과 다른 선택을 택했다. 자동 진행 시스템 비중을 높이고 조작 복잡도를 낮춰, 장시간 조작이 어려운 직장인과 라이트 유저도 진입 장벽을 적게 느끼도록 설계한 점이 초기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플레이 시간을 길게 확보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에도 성장과 보상이 체감되도록 게임 루프를 단순화하고, 반복 전투를 자동화해 피로도를 줄였다.
서비스 구조에서는 모바일과 PC를 모두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적용했다. 하나의 계정 데이터로 서로 다른 플랫폼을 오가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출퇴근 시간에는 모바일, 집에서는 PC 환경을 선호하는 이용자 패턴을 겨냥한 것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클라우드 게이밍과 PC·모바일 연동 구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견 게임사 입장에서 크로스플랫폼 지원은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과금 동선을 단일화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MMORPG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고사양 경쟁과 오픈월드 확장에 집중돼 왔다. 대형 개발사들은 사실적 표현을 위한 그래픽 엔진 고도화와 대규모 동시 접속 환경을 구현하는 서버 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해 왔지만, 그만큼 이용자 기기 사양과 통신 환경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카발RED처럼 저사양 기기를 겨냥한 최적화 전략이 성과를 내는 경우,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큰 동남아시아·남미 등 신흥 시장 공략 모델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레거시 PC 온라인 IP를 모바일로 전환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모든 작품이 장기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IP 인지도만으로는 이용자 체류를 담보하기 어렵고, 콘텐츠 운영과 서비스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발RED 역시 초기 인기차트 1위 성과를 중장기 매출과 글로벌 확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발RED의 사례가 중견 게임사들의 기술 투자 방향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고사양 그래픽 경쟁보다는 최적화, 자동화, 크로스플랫폼 호환성에 집중하는 전략이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국내외 게임사들은 그동안 3D 엔진 고도화와 대용량 서버 인프라에 비해, 저사양 기기 대응과 경량화 기술은 후순위로 둔 경향이 있었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플레이 패턴의 다변화가 관찰된다. 하드코어 이용자는 여전히 고사양 MMORPG와 경쟁 환경을 선호하지만, 업무·학업 병행 이용자층은 짧은 세션과 자동 진행을 통해 ‘가볍게 켜두는 게임’을 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카발RED는 후자의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러한 분화가 심화되면, 동일 장르 내에서도 고사양 경쟁형과 경량 자동형으로 이원화된 서비스 전략이 일반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카발RED 성공 여부가 향후 IP 기반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 기술·서비스 전략의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초기 인기 차트 성과를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에 따라, 레거시 IP 리부트 시 고사양 경쟁 대신 ‘최적화와 접근성’을 우선하는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계는 카발RED가 단기 흥행을 넘어 장기 서비스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기술·운영 전략이 추가로 도입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