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후원·로보틱스 결합 실험”…현대차, 세계양궁 파트너십 연장→브랜드 전략 재정비
현대자동차가 세계양궁연맹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가로 3년 연장하며 2028년까지 타이틀 스폰서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2016년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세계양궁선수권대회와 양궁월드컵을 중심으로 쌓아온 후원 관계를 재차 공고히 하면서, 장애인 양궁월드시리즈와 실내양궁월드시리즈로 후원 대상을 넓혀 양궁 종목 전반의 저변 확대를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로보틱스 후원 부문을 신설해 기술 중심 브랜드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읽힌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번 계약 연장을 통해 회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와 양궁월드컵 타이틀 스폰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애인 양궁월드시리즈와 실내양궁월드시리즈를 추가 후원 종목으로 포함했다. 장애인 양궁월드시리즈는 세계양궁연맹이 2009년 국제패럴림픽위원회로부터 관리 권한을 넘겨받은 이후 장애인 스포츠의 경쟁력과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운영해 온 핵심 프로그램이다. 내년에는 태국, 칠레, 미국을 포함한 6개국에서 시리즈가 처음으로 개최될 예정으로, 글로벌 이동성과 현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춘 자동차 기업의 후원이 각국 대회 운영과 선수 지원 체계에 실질적 힘을 보탤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실내양궁월드시리즈도 후원 포트폴리오 확대의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18미터 규격 실내 양궁장에서 치러지는 이 시리즈는 일반 동호인부터 엘리트 선수까지 폭넓은 참여가 가능한 국제 대회로,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프랑스와 미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이어진다. 다양한 국가와 참가층이 교차하는 구조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브랜드 노출을 넘어 지역별 고객 경험 프로그램이나 친환경 모빌리티,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기술을 연계한 현장 체험 마케팅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로보틱스 후원 부문 신설이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대회 생중계와 현장 이벤트 등 핵심 접점에서 로보틱스 기술과 브랜드 메시지를 함께 노출해,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와 지능형 로봇 기업으로의 변신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궁은 고도의 집중력과 정밀한 반복 수행이 요구되는 스포츠로, 정밀 제어와 안정적 동작 알고리즘을 중시하는 로보틱스 기술 철학과도 친화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대회 현장에서 이동 보조 로봇, 관중 안내 로봇, 카메라 리그와 연계된 로봇 솔루션 등이 점차 도입될 경우, 스포츠가 미래 기술의 실제 활용 무대로 진화하는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양궁연맹도 현대자동차와의 장기 협력을 양궁 종목의 질적 성장 계기로 평가했다. 그렉 이스턴 세계양궁협회 신임 회장은 현대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이 2016년 이후 양궁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 동력이었다고 언급하면서, 2026년부터 장애인 양궁과 대중 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포용성과 엘리트 경쟁력이 동시에 강화되는 방향으로 협력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장애인 스포츠 지원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현대자동차의 ESG 전략과도 맞물려, 향후 후원 구조가 성과 측정 지표와 결합된 중장기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대자동차 내부에서도 양궁 후원을 기술·브랜드 전략의 장기 축으로 바라보는 기조가 분명해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양궁이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정밀함, 집중력, 탁월함의 가치를 응축한 스포츠라고 평가하며, 이번 재계약이 정의선 회장이 제시해 온 글로벌 스포츠 파트너십 비전을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및 실내 양궁 지원을 통해 스포츠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하며, 이를 계기로 다양한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와 청소년 대상의 스포츠 참여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제조사들의 글로벌 스포츠 후원은 단순한 노출 경쟁을 넘어 미래 기술과 사회적 책임을 서사로 엮어내는 브랜딩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세계양궁연맹 파트너십 연장은 엘리트 스포츠와 패럴림픽 종목, 대중 참여 프로그램, 로보틱스를 한 축으로 묶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양궁이라는 정교한 스포츠를 매개로 한 이러한 투자가 신차 출시와 기술 발표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현대자동차의 혁신성과 책임성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