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왜곡죄 신설”…민주당 주도 법사소위 통과에 국민의힘 강력 반발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사법제도 개편 논쟁으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공수처 수사권 확대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하면서, 국민의힘이 “나치 재판부”를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형법 개정안 법왜곡죄, 공수처 설치·운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됐고,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회의장을 집단 이석했다.
특별법안에 따라 1심과 항소심 모두에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된다. 또 내란 사건 영장을 전담하는 내란전담영장판사 제도를 신설하고, 1심은 최대한 신속하게, 항소심은 3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명문화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 추천 3명, 법무부 장관 추천 3명, 판사회의 추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김용민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내란재판에 대해 국민이 불신하고 있고,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불공정하다는 점에서 국민 분노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하루빨리 12·3 불법 비상계엄·내란 사태를 종결하기 위해 국회의 권한을 행사해 전담재판부법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천위가 전담재판부 판사를 2배수로 추천하도록 한 점을 들어 “대법원장의 임명권과 인사권은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다”고도 했다.
특별법은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한 구속기간도 현행 형사소송법상 최대 6개월에서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감형 제한 규정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내란범들의 구속기간이 곧 만료되는 것 아니냐고 국민께서 걱정을 많이 한다. 내란 우두머리가 풀려나는 것 아니냐고 밤잠을 못 이루고 계시기도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왔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개정안에 포함된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 수사기관 종사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잘못 판단해 법을 왜곡 적용한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처벌 수위 등은 형법 개정안 조문에 규정된다.
공수처 설치·운영법 개정안은 판사와 검사,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해 직무 관련 범죄뿐 아니라 모든 범죄를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보다 고위 법조·치안 인사에 대한 공수처의 직접 수사 범위가 넓어지는 구조다.
국민의힘은 법안소위 통과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내란 유죄 판결을 위해 판사를 골라 쓰겠다는 것으로, 나치 재판부도 충성도 높은 사람으로 판사를 골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고인의 구속기간 연장 규정에 대해 “오랜 형사사법의 원칙에 반해 피고인의 인권을 그대로 짓밟는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왜곡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나 의원은 “‘법 왜곡 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있다”며 “판검사들에게 정권 말 들어라라고 명령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재판·수사 내용에 대한 정치적 개입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수처 수사권 확대와 관련해서도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위 법조·치안 권력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국민의힘은 정권 입맛에 맞는 선택적 수사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용민 위원장은 “오늘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법에 대해서는 조만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도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공수처 수사권 확대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심사 과정에서 내란 사건 처리와 사법 개혁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