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침, 만성요통서 물리치료보다 효율적…비용·삶의질 동시에 잡았다
약침치료가 만성요통 환자에서 기존 물리치료보다 치료 효과는 높고 총비용은 더 적게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리 통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의료비 부담이 세계적 건강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의학 기반 주사형 치료가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 정책과 급여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부작용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약물적·비마약성 통증 치료 옵션으로 주목된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관절연구소 이예슬 원장 연구팀의 약침치료 관련 연구가 SCI 등재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에 최근 게재됐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만성요통 환자를 대상으로 약침치료와 물리치료를 직접 비교해, 일상생활 기능 회복과 통증 완화 정도뿐 아니라 비용 효용성까지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만성요통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을 의미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근골격계 질환 가운데 하나다. 2023년 세계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요통은 전 세계 질환 중 삶의 질 저하를 가장 크게 유발하는 질환으로 꼽혔다. 장기간 치료와 반복 진료로 인한 의료비 지출, 업무 공백에 따른 생산성 감소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 치료법인 약침은 한약재에서 추출한 유효 성분을 주사 형태로 만들어 통증 부위에 주입하는 한의 치료 기술이다. 침의 물리적 자극과 함께 한약 성분의 항염, 진통 작용을 동시에 유도해 통증을 줄이고 염증 조절과 손상 조직 회복을 돕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만성요통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 약침치료를, 병원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물리치료와 경제성까지 포함해 비교했다.
연구에는 6개월 이상 허리 통증을 앓고 있으며 통증숫자평가척도 NRS 기준 5점 이상인 중증 만성요통 환자 100명이 참여했다. 대상자는 무작위로 약침치료군과 물리치료군에 배정됐고, 두 군 모두 5주간 주 2회씩 총 10회의 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군에는 심부열치료, 저주파 전기자극치료 TENS 등 통상적인 물리치료가 적용됐다.
효과 비교를 위해 연구팀은 질보정수명 QALY 지표를 사용했다. QALY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의 1년을 1로 두고, 치료를 통해 얻는 건강 상태의 개선 정도를 점수화한 개념이다. 산출에는 EQ-5D-5L 도구가 활용됐다. EQ-5D-5L은 이동, 자기관리, 일상활동, 통증과 불편감, 불안과 우울 등 5개 건강 영역에서 환자가 느끼는 상태를 다섯 단계로 평가해 삶의 질 변화를 수치화한다.
분석 결과 약침치료군의 치료 후 QALY는 0.372, 물리치료군은 0.358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치료를 받는 동안 약침치료를 적용한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나은 건강 상태와 삶의 질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약침치료가 단순 통증 감소를 넘어 일상활동 회복과 전반적 건강감 개선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어 점증적 비용 효과비 ICER를 계산해 두 치료법의 경제성을 비교했다. ICER는 1 QALY를 추가로 얻기 위해 얼마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병원 관점에서 약침치료는 물리치료보다 약 27만원, 미화 기준 약 238달러의 의료비가 더 들었지만, 삶의 질 개선 폭이 더 커 ICER는 약 1897만원, 달러 기준 1만6575달러로 산출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제시하는 1 QALY당 국민 평균 지불의사한도 약 3050만원, 2만6647달러보다 낮은 수준으로, 경제성 평가 기준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한 치료로 분류될 수 있는 수치다.
병원 청구비만 본 결과와 달리 사회 전체의 부담을 반영한 분석에선 약침치료의 장점이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환자 본인부담금 외에 병원 방문에 드는 교통비와 대기·치료 시간, 통원으로 인한 업무 손실 등 생산성 손실 비용까지 포함해 사회적 관점에서 총비용을 산출했다. 그 결과 약침치료군은 물리치료군보다 총비용이 약 318만원, 2781달러 적게 들면서도 QALY는 더 높게 나타났다. 질병으로 잃게 되는 노동시간과 생활 기능 감소를 고려하면 약침치료가 비용을 줄이면서도 건강 수준을 높이는, 이른바 비용 절감형 치료 옵션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결과는 통증 치료 전략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 변화와도 맞물린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 장기 복용에 따른 중독, 호흡억제, 낙상 위험 증가 등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면서, 비마약성·비약물 중심의 통증 관리와 재활 치료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기존 물리치료는 안전성이 높고 표준화된 장점이 있지만, 반복 내원이 필요하고 장기 추적 시 사회경제적 비용이 누적되기 쉽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 기반 약침치료가 이런 공백을 메우는 통합의학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해외에서는 침 치료와 수기 치료, 물리치료, 약물 요법을 결합한 다학제 통합 통증 클리닉 모델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약침처럼 한약 유효 성분을 병합한 주사형 한의치료에 대한 체계적 비용 효과 분석은 아직 제한적이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은 약침치료의 임상 근거 축적과 함께, 한국형 통합의학 모델을 글로벌 학계에 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약침은 주사기 사용과 약물 투여를 동반하는 만큼 안전성, 시술 표준화, 품질 관리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약침액의 유효 성분 함량과 제조 공정 기준, 시술자 교육 체계, 감염 관리 등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따라 향후 제도권 편입 속도와 보험 급여 여부가 갈릴 수 있어서다. 현재 디지털 통합건강보험 심사 체계 안에서 약침의 급여 확대를 둘러싼 논의는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 임상 근거와 비용 효과성 평가 결과가 정책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예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만성요통에 대한 약침치료가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뿐 아니라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만성요통 관리와 척추질환 관련 보건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약침치료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만성요통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한 축으로 약침을 포함한 통합의학 기반 비약물 치료 기술이 실제 보험 정책과 진료지침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근거, 비용 분석, 제도 설계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이 향후 통증의학과 재활의학, 한의학 융합 산업의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