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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경구치료제 부상"…아리바이오, 조기허가 기대감 확산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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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 패러다임이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용 질병조절치료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매 경구치료제 AR1001에 대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이 조기허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의 심사 속도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재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시장분석 전문기관 글로벌데이터가 최근 발간한 화이트페이퍼에서 자사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AR1001을 알츠하이머 영역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겨냥한 혁신적 경구 치료제로 평가했다고 12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개발 진척 속도를 근거로 AR1001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조기 신약 허가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데이터는 앞서 올해 1월 발표한 2025 알츠하이머 글로벌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도 상용화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치매치료제로 AR1001을 지목한 바 있다. 이번에는 별도 화이트페이퍼를 단독으로 발간해 AR1001의 작용기전과 임상 데이터를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고서에서 글로벌데이터는 수많은 개발 파이프라인 가운데 상업화 단계에 가장 근접한 후보 중 하나로 AR1001을 꼽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보고서는 AR1001의 과학적 기전, 임상 2상과 3상 데이터를 정리하고, 전 세계 신경과 분야 석학 10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당 약물이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에 미칠 파급력을 분석했다.  

 

AR1001의 기술적 강점으로는 하루 한 번 경구 복용이 가능한 제형 설계가 첫손에 꼽혔다. 기존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들이 정맥주사 또는 피하주사로 투여돼 환자와 의료기관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과 달리, 경구 제형은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 향상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전 측면에서는 뇌혈관 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하는 PDE5 억제 기전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PDE5 억제제는 세포 내 신호전달 물질 농도를 조절해 혈류 개선과 신경 보호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기전으로, 글로벌데이터는 AR1001이 이 기전을 바탕으로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시냅스 가소성을 회복시키는 등 알츠하이머의 복합 병리를 다중 타깃 방식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존 단일 표적 항체가 아밀로이드 제거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조되는 구조다.  

 

안전성과 모니터링 비용도 차별화 요소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ARIA로 불리는 뇌부종과 뇌출혈 부작용 위험이 관찰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항체치료제 투여 시 필수적인 고가 MRI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은 점을 상업적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이는 환자와 보험자 입장에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개발 현황 측면에서 AR1001은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해 있다. 아리바이오는 전 세계에서 목표 환자 수 1535명 모집을 완료하고 임상 3상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임상 종료와 탑라인 결과 공개가 예정된 가운데, 글로벌데이터는 결과가 일관된 효능을 보여줄 경우 신속 심사 트랙을 통한 조기 승인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올해 도입한 국가우선바우처 CNPV 제도를 AR1001에 유리한 정책 변수로 짚었다. CNPV는 국가적 보건 수요가 큰 영역에서 혁신 치료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지정 시 심사 기간 단축과 허가 우선 배정이 가능해진다. 글로벌데이터는 AR1001이 알츠하이머 질환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는 경구 질병조절치료제 후보라는 점에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AR1001이 임상 3상에서 일관된 임상적 효능을 입증할 경우 세계 최초의 경구용 질병조절치료제로 조기 승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임상적 가치와 시장성, 정책 수용성을 모두 갖춘 차세대 혁신 신약 후보라고 평가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항체 기반 주사제 위주에서 복합기전 경구제로 다변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이사는 이번 화이트페이퍼 발간을 두고 임상 3상 종료와 신약허가 신청을 앞둔 AR1001의 잠재력과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탑라인 데이터와 규제당국의 판단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전략과 투자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과 제도, 시장의 교차점에서 AR1001이 실제 상업화 단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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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바이오#ar1001#글로벌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