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플랫폼에 금융을 입힌다”…놀유니버스·우리은행, 여행 결제 혁신 예고
여가 플랫폼과 금융 서비스의 결합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여행·공연 등 레저 소비의 중심에 있는 디지털 플랫폼에 은행의 정산·결제·특화 금융 솔루션이 직결되면서, 사용자 경험과 정산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를 두고 여가 산업을 매개로 한 생활금융 플랫폼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놀유니버스는 4일 우리은행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하고 공연장 네이밍 스폰서십과 항공권 결제 정산 솔루션 도입, 관광객 특화 금융 상품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놀유니버스는 야놀자 계열의 엔터테인먼트·여행 플랫폼으로 공연장과 항공권, 숙박·레저 상품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여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인프라 전반에 자사의 금융 서비스를 녹여내고, 결제와 정산, 여가 특화 금융 상품까지 포괄하는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

양사는 먼저 놀유니버스 계열 공연장인 NOL 씨어터를 대상으로 공연장 명칭에 우리은행 브랜드를 결합하는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추진한다. 네이밍 스폰서십은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등 문화 인프라의 이름에 기업 브랜드를 결합해 장기간 노출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최근 금융권과 플랫폼 기업 간 파트너십 확대의 대표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놀유니버스의 공연장 운영 역량과 우리은행의 브랜드 인지도가 결합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고객 접점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티켓 판매 플랫폼 연계도 추진된다. 우리은행이 내년 1분기 선보일 예정인 티켓 판매 플랫폼에 놀유니버스의 티켓 서비스 브랜드인 NOL 티켓이 보유한 공연·전시·스포츠 일부 상품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이를 통해 NOL 티켓은 금융 앱 및 금융 계열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확보하고, 우리은행은 공연·전시·스포츠 등 문화 콘텐츠 소비를 자사 디지털 채널 안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향후 금융 앱을 중심으로 한 ‘생활 구독형’ 문화 소비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여행 분야에서는 항공권 결제와 정산 안정성 제고가 핵심 협력 축으로 떠올랐다. 양사는 놀유니버스 항공권 결제 과정에 우리은행의 정산 특화 솔루션인 우리 세이프 정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 세이프 정산은 항공사와 여행사, 플랫폼 등 다수 사업자가 연동되는 복잡한 항공권 결제 구조에서 대금 입출고를 분리 관리하고 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금융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항공권 예약 후 취소·변경이 빈번한 특성상 정산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은행 주도의 정산 솔루션이 도입되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흐름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놀유니버스가 운영 중인 선불 충전 간편결제 서비스 NOL 머니와의 결합도 주목된다. NOL 머니는 일정 금액을 미리 충전해 숙박·공연·여행 상품 결제에 사용하는 선불형 디지털 결제 수단이다.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금융 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모델을 공동 기획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숙박·항공·교통·레저 등 여가 소비 영역에서 충전·결제를 넘어 포인트·캐시백·분할 결제, 여행 전용 예적금 및 환전과 연계되는 등 다양한 금융 기능이 추가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플랫폼 이용자는 여가 소비 전 과정을 하나의 금융·콘텐츠 생태계 안에서 처리하는 경험을 누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양사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특화 금융 상품 개발과 공동 프로모션에도 나선다. 국내 여행 플랫폼과 은행의 협력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시 숙박·교통·관광지 결제를 보다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다국어·다통화 금융 서비스, 외화 결제 수수료를 절감하는 상품 등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건강한 여행·숙박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숙박업소와 소규모 여행사, 지역 관광 업계의 유동성 확보와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행·여가 플랫폼이 금융 기능을 흡수하는 흐름은 글로벌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온라인 여행사와 카드사가 공동 브랜딩 카드, 여행 적립 특화 계좌, 항공·호텔 결제 할부 프로그램을 출시해 사용자의 플랫폼 락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간편결제와 포인트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금융 연계가 일반화된 가운데, 이번 협력은 여가 산업에 특화된 고도화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 규제와 전자금융 관련 제도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불 충전금 관리, 결제 대행, 정산 서비스 등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체계를 따라야 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환전·해외 결제 기능은 자본거래 규제와 자금세탁 방지 규정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여가 플랫폼에 금융 기능이 깊숙이 융합되는 만큼, 이용자 보호와 데이터 보안 수준에 대한 감독 당국의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가 전통 은행과 디지털 여가 플랫폼이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 경쟁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레저·관광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상품이 설계될 경우, 데이터 활용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둘러싼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이번 협력이 여가와 금융을 잇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며, 양사 역량 결합을 통해 고객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과 플랫폼의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을 언급하며, 여행을 계획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전 과정에 자연스럽게 금융 서비스가 스며들도록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이 실제로 고객 경험과 정산 안정성을 얼마나 개선하고, 여가 특화 금융 생태계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