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맞춤 건기식 플랫폼…비타믹스, 규제샌드박스로 산업 재편
AI 기반 맞춤 영양 기술이 건강기능식품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개인의 생활습관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영양 솔루션을 추천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제조 중심이던 건기식 시장이 데이터·플랫폼 경쟁 구도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산업계에서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실제 소비자 대상 실증과 법제화까지 연계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비타믹스의 행보를 맞춤형 건기식 제도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개인 맞춤 영양 브랜드 뉴트리미를 운영하는 비타믹스의 박주연 대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의 날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AI 기반 맞춤 영양제 추천 프로그램과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해 산업 혁신을 주도한 공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박 대표는 영양학자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 대기업 등에서 20여 년간 건강기능식품 연구와 제품 개발을 수행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헬스케어 벤처기업 비타믹스를 설립한 이후에는 기존 일괄 판매 중심의 건기식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별 건강 상태, 식습관, 목표에 따라 영양 설루션을 설계하는 맞춤형 플랫폼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비타믹스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해 약 4년4개월 동안 1만여 명의 실소비자에게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실제로 공급했다. 온라인 설문, 건강 상태 자가 입력, 복용 이력과 만족도 데이터를 연계 분석해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처방이 재구매율과 건강 인식 개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증했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실소비자 대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 모델과 수요를 동시에 입증한 사례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증 과정에서 비타믹스가 구축한 사업 구조는 일반 소비자 채널을 넘어 병원과 의원 기반 모델로 확장됐다. 의료기관 환경에 맞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공급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의사와 영양 전문가가 함께 환자의 증상과 약물 복용 내역을 고려해 서브클리니컬 영역의 영양 관리를 돕는 구조를 실험했다. 이로써 비타믹스는 B2C 중심이던 건기식 시장에서 병의원 연계형 B2B2C 모델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향후 보험급여 외 건강관리 시장과 연동될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
비타믹스의 실증 결과는 제도 설계에도 반영됐다. 박 대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협력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위한 현실적인 법제화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 공급망 구조를 토대로 복수 제품 포장과 개별 맞춤 조합, 복용량 표기 방식, 품질 관리 기준 등 세부 규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구체적으로 전달해, 제도가 시장 실무와 괴리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측면에서는 AI 기반 추천 엔진이 핵심이다. 비타믹스는 AI 기반 맞춤영양제 추천 및 식단 추천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등록번호 1025678500000, 출원번호 10-2023-0002849로 관리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령, 성별, 라이프스타일, 건강 고민, 복용 이력 등의 입력 정보를 바탕으로 적합한 영양소 조합을 계산하고, 섭취 시기와 식단까지 제안하는 구조를 갖는다. 기존의 단순 문진표 기반 추천보다 세분화된 변수와 과거 반응 데이터를 반영해 추천 정확도와 지속 복용률을 동시에 높인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비타믹스는 이 프로그램을 사업화하는 동시에 4만 명 이상 소비자에게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해 데이터 풀을 빠르게 확장했다. 사용자가 입력한 건강 정보와 추천 결과, 실제 구매 여부, 복용 후 피드백은 익명화 과정을 거쳐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축적된 대규모 생활밀착형 영양 데이터가 향후 고도화된 맞춤형 영양제 개발은 물론, 식품 제조사의 제품 기획과 헬스케어 플랫폼의 개인화 서비스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의 비교에서도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맞춤형 영양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전자 분석,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등 정밀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영양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유전체 정보와 생활 데이터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비타믹스는 상대적으로 접근 장벽이 낮은 문진 기반 데이터에서 출발해 대규모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한 뒤, 향후 검사 기반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는 점에서 단계적 확장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규제샌드박스 제도 역시 산업 확산의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동일 제조시설에서 개인별로 다른 조합과 포장을 처리해야 하는 특성상, 기존 규정 체계에서는 공정 관리와 표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비타믹스는 실증 특례 하에서 실제 생산과 판매를 수행하면서 위험 요인을 검증하고 품질 관리 프로세스와 트레이서빌리티 체계를 마련해, 제도 설계 과정에 참고 사례를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증 데이터가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부의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수상이 기술 개발을 넘어 사업 구조와 규제,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AI 기반 맞춤 영양 에이전트와 통합 영양 관리 플랫폼 개발 속도를 높이고, 어린이와 성인 별도 라인으로 맞춤형 건강 영양 제품을 확장해 신뢰 기반 큐레이션과 뉴트리션 코칭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간 실증과 제도화 경험을 토대로 해외 인증과 파트너십을 모색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비타믹스 사례가 맞춤형 건기식 사업의 레퍼런스로 자리 잡을 경우, 후발 기업들이 AI 추천 엔진과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으로 상징되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모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고, 제도와 기술이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