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사용 엔진 개발에 491억 투입…한국항공우주, 스페이스X 상장 기대에 11만원 안착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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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우주발사체 핵심 엔진 개발 착수와 글로벌 우주항공 투자 심리 개선이 맞물리며 한국항공우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장중 주가가 5% 넘게 오르며 11만 원 선을 확고히 하자,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를 동반한 우주항공 섹터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우주경제 로드맵과 방산 수출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면서, 향후 실적 가시성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얼마나 완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한국항공우주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11분 기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2퍼센트 5,500원 상승한 11만 5,100원을 기록 중이다. 시가는 11만 1,000원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12만 9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1월 말부터 10만 5,000원에서 10만 8,000원 사이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는 이날 대량 거래를 동반하며 상단 저항선을 돌파했다. 거래량은 약 186만 주로 전일 56만 주 대비 3배를 넘었고, 코스피 시가총액 57위 종목으로서 시장 주도주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분석] 우주로 쏘아 올린 491억… 한국항공우주, '재사용 엔진' 모멘텀에 11만원 안착 (제공:AI제작)
[분석] 우주로 쏘아 올린 491억… 한국항공우주, '재사용 엔진' 모멘텀에 11만원 안착 (제공:AI제작)

상승 동력의 중심에는 재사용 발사체용 메탄 엔진 개발 소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지상 기반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 엔진 기술개발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총 사업 규모는 491억 원, 기간은 2030년까지로,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에서 상용성을 입증한 35톤급 메탄 엔진 기술 확보가 목표다. 메탄 엔진은 재점화와 재사용에 유리해 차세대 발사체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정부의 우주경제 전략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2029년 달 궤도선,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유일 항공기 체계 종합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의 수혜 가능성이 부각됐다. 민간 중심의 이른바 뉴스페이스 확산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겹치며, 우주 분야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수급 흐름도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12일 장중 잠정 집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매수 전환이 관찰된다. 특히 지난 12월 8일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32.1퍼센트 수준에서 바닥을 다지며 재매집 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다. 창구별로는 개인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매도가 출회되는 반면, 신한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기관 선호 창구에서는 매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을 기관과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받아내는 손바뀜 현상으로 해석되며, 거래대금은 1,324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과 성장 기대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한국항공우주의 2025년 예상 실적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한 PER는 약 49.17배로, 동일 업종 평균 21.53배를 크게 상회한다. PBR 역시 5.67배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2026년 이후 실적 퀀텀 점프 전망이 고평가 논란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리고 있다.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은 3,147억 원으로 2024년 2,407억 원 대비 약 30퍼센트 증가가 기대되고, 2026년에는 매출 5조 원 돌파와 영업이익 4,866억 원 달성이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주가가 테마성 단기 급등보다는 구조적 이익 성장 진입 구간을 선반영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환경도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대선 이후 스페이스X 기업공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세계 우주항공 섹터 전반에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민간 우주기업 상장 기대감은 국내 대표 우주항공주인 한국항공우주의 재평가 논리를 강화하는 외부 변수로 작용한다. 여기에 높은 기술 장벽과 국가 안보 이슈로 경쟁 구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프리미엄 요인으로 거론된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방산 부문 성장세가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방산 및 완제기 수출 부문에서 KF 21의 최초 양산 계약이 체결됐고, 소형무장헬기 LAH 양산도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통해 우주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 수출 확대는 매출과 이익의 가시성을 높여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동종 업계와의 비교에서는 강점과 한계가 공존한다. 한국항공우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비교할 때 항공기와 헬기, 전투기 등을 아우르는 체계 종합 능력에서 우위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2025년 예상 기준 ROE는 12.11퍼센트로, 43.49퍼센트로 추정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낮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선제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항공우주 산업 특성이 자본 효율성 지표에 반영된 결과다. 시가총액 기준 대형주이자 상장주식수 9,747만 주로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최근 우주 테마가 부각되며 주가 탄력이 커진 점도 특징이다.

 

향후 주가 흐름과 관련해 단기 관전 포인트로는 전고점인 12만 900원 돌파 여부가 꼽힌다. 현재 주가는 11만 5,000원대를 중심으로 매물을 소화하는 모습이며, 종가 기준 11만 원 지지 여부가 추세 전환 신뢰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2026년 이후 실적 성장 폭이 PER와 PBR 부담을 얼마나 빠르게 낮추느냐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우주항공 모멘텀과 방산 수출 호조가 겹치며 13만 원 안팎 목표주가를 향한 우상향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전투기와 헬기 양산 일정이 지연될 경우 10만 원 초반대까지 기간 조정을 거칠 수 있다는 경계론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우주항공 테마가 장기 성장성이 큰 만큼 단기 기대감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이익 기여 시점과 연구개발 성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PER 49배 수준은 미래 성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만큼 단기 수급 쏠림 구간에서의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 글로벌 방산 수출 규제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마진율 변화 역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주가와 밸류에이션 흐름은 우주엔진 개발 성과, 방산 수주 실적, 글로벌 우주항공 섹터 투자 심리 변화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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