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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지시로 혐의자 2명만 경찰 이첩”…박진희, 채상병 사건 외압 정황 녹취록 확보
정치

“장관 지시로 혐의자 2명만 경찰 이첩”…박진희, 채상병 사건 외압 정황 녹취록 확보

신도현 기자
입력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국방부 내부의 외압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 국방부조사본부 수사팀에 혐의자 수를 축소하라는 압박을 가한 녹취록을 순직해병특검이 최근 확보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직후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명시해 경찰에 이첩했으나, 군 검찰단이 수사단의 기록을 회수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어 8월 국방부조사본부가 사건 재검토에 착수, 8월 14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6명의 혐의가 있다는 중간보고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문제가 된 녹취록은 이 보고서 제출 전후 박진희 전 보좌관과 국방부조사본부 영관급 장교 A씨의 대화로, 박 전 보좌관이 “장관의 지시”라는 점을 강조하며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라고 압박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상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되냐”, “장관의 지시냐”는 말이 오갔고, 박 전 보좌관이 “장관의 지시가 맞다”고 답하며, “2명만 하는 게 맞지 않냐”고 구체적 수를 제시하는 발언이 녹취록에 포함됐다.  

결국 국방부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 등 6명의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철회하고, 대대장 2명만을 혐의자로 적시해 8월 21일 경찰에 이첩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최종적으로 혐의자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나왔다.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 수사단에도 같은 취지의 지침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회의 직후였던 8월 1일,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라고 메시지를 보냈음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에서 확인됐다. 현장에 있지 않았던 지휘관들은 혐의자에서 빼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군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보좌관은 박정훈 대령의 초동 조사를 “졸속수사”로 비판하고, 이종섭 전 장관의 이첩 보류 결정에 대해선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며 두둔했다. 박 전 보좌관은 사건 이후 소장으로 진급, 육군 56사단장으로 이동했다.  

특검팀은 박진희 전 보좌관이 이종섭 전 장관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수사팀을 압박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을 조만간 소환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국방부의 외압 의혹을 두고 진상규명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국회는 국방부의 일련의 지시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순직해병특검 수사결과가 정국에 중대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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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채상병#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