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경찰, 전재수 등 정치인 3명 입건·출국금지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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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향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이 여야 전직 의원과 장관을 잇달아 피의자로 전환하고 출국길을 막으면서 향후 소환 조사와 강제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전직 장관과 여야 전직 의원이 동시에 수사 선상에 오른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 모두 현재까지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 수수 의혹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에서 촉발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그가 이름을 거론한 인사에는 전 전 장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나 의원과 정 장관에 대해선 현재까지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피의자 입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내사 단계에서 수집한 진술과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형사절차를 본격화할 수준의 단서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전담수사팀은 전 전 장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 3명에 대해 출국금지도 요청했다. 전담팀은 언론 공지를 통해 11일 오후 6시께 통일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와 계좌 추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수사팀은 윤영호 전 본부장도 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불법 공여한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했다. 자금 제공자로 지목돼온 윤 전 본부장까지 형사책임 검토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건 구조는 금품 제공과 수수 양쪽을 모두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일부 피의자들과 구체적인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수사팀은 피의자 특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피의자가 누구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며 현재 기록과 법리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인적 사항은 언론 취재와 정치권 반응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 상태다.

 

전담팀은 전날 구속 상태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찾아가 약 3시간 동안 접견 조사도 진행했다. 수사팀은 이 자리에서 윤 전 본부장이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과 법정 증언을 차례로 재확인하며, 그가 지목한 금품 수수 의혹의 신빙성을 따져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금 제공의 대가성 여부는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전 제공이 정치활동을 위한 기부에 해당하는지, 또는 대가를 바라보고 건넨 뇌물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사 책임의 무게가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경찰은 관련 정황과 진술을 재차 확인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본부장의 최근 법정 발언은 수사 구도에 변수가 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특검 조사 당시 진술과 관련해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하고 전혀 다르다며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전날 구치소 접견 조사에서도 피의자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찰은 특검 수사 기록과 윤 전 본부장의 각종 진술, 법정 증언 등을 종합 검토해 조만간 강제수사를 통한 증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품 전달 정황, 자금 출처와 사용처, 중간 전달자 존재 여부 등이 강제수사의 주요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한편 특별전담수사팀은 국민의힘이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과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여권이 특검과 수사기관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사건까지 같은 팀이 맡게 되면서, 통일교 연루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통일교 금품 수수 수사가 여야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소환 조사 과정에서 추가 인물 거론과 진술 번복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와 기록 검토를 거친 뒤 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며, 정치권은 통일교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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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임종성#김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