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단독망 의무화"…정부, 3G LTE 재할당 15퍼센트 인하 추진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이 5G 단독망 서비스 확산의 촉매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를 기존 이동통신사에 다시 할당하되, 조건으로 5G 단독망 구축과 실내 품질 개선 투자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존 경매 가격 대비 약 15퍼센트 수준의 할당대가 인하를 예고해, AI 트래픽 급증에 대비한 네트워크 고도화와 통신사 투자 부담 완화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3G 4G에서 5G 중심 망 구조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티스퀘어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 공개설명회를 열고, 내년에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3G·LTE 주파수 370메가헤르츠폭 전체를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위한 별도 분리 공급은 선택하지 않고,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연속성, 망 안정성을 우선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대신 재할당 조건으로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5G 단독망 서비스 제공 의무를 명시했다.

5G 단독망은 4G LTE 코어망을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망과 달리, 기지국과 코어망 모두를 5G 전용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지연 시간이 짧고, 초연결과 초저지연 특성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 대규모 사물인터넷, 산업용 자동화, 몰입형 콘텐츠 서비스 등에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그간 5G 비단독망 중심으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투자 대비 수익성 논란으로 단독망 전환 속도는 더뎠다. 정부가 재할당 조건에 5G 단독망 의무를 포함하면서, 통신사들의 투자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초거대 언어모델, 생성형 AI 서비스, 클라우드 기반 업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무선 접속 구간에서의 용량과 지연 시간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도화된 5G 단독망이 이런 트래픽을 흡수하고, 향후 6G로의 진화를 준비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내 품질 개선 의무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2031년까지 5G 실내 무선국, 즉 실내 기지국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최대 2만국 이상 구축을 요구했다. 실내 기지국을 2만국 이상 설치할 경우 할당대가는 약 2조9000억원, 1만국 이상 구축 시 3조원, 1만국 미만은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용기간 5년을 기준으로 하면 2만국 이상 조건을 충족했을 때 실질 할당대가는 약 3조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할수록 할당대가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를 통해, 통신사들의 실내망 구축을 유도하는 셈이다.
재할당 대상 주파수는 과거 경매를 통해 이미 시장 평가가 이뤄진 만큼, 정부는 기존 할당대가를 기준으로 삼되 5G 단독망 확산에 따른 주파수 가치 변화를 반영해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 5G 고도화와 트래픽 분산으로 3G·LTE 주파수의 상대적 경제적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예상 매출 변화와 서비스 구조 변동을 반영한 결과 기준가격 대비 약 15퍼센트가량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제시했다. 네트워크 투자 확대 요구와 통신사 재무 부담 사이에서 일정 수준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 셈이다.
3G와 4G 주파수의 이용기간 조정도 허용된다. 3G 대역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서비스 폐지 승인을 받을 경우, 해당 주파수를 계속 활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3G 기술 대신 4G LTE 이상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되, 장기간 미사용 시에는 회수해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4G LTE 주파수는 향후 트래픽 비중 감소와 5G 중심 구조 전환을 감안해, 사업자별로 1개 블록에 대해 이용기간 단축을 허용한다. 2점1기가헤르츠, 2점6기가헤르츠 대역 중 1개 블록에 한해 이용기간 1년 경과 이후 단축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용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망 정리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 저하나 통화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5G 단독망 상용화를 둘러싼 경쟁이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주요 통신사들은 기업 전용망,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연계 서비스에 5G 단독망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단계다. 국내 시장은 가입자 기반 5G 보급률은 높지만, 망 구조 측면에서는 여전히 비단독망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주파수 재할당 조건은 국내 통신 산업이 글로벌 5G 경쟁 구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망 업그레이드를 압박하는 정책 수단으로도 해석된다.
정책 방향과 함께 규제·제도 정비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 데이터 집약형 서비스가 5G 단독망을 전제로 고도화되는 만큼, 전파 정책과 통신 규제, 데이터 규제 프레임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커지고 있다. 특히 통신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설비투자에 대한 비용 회수 구조, 요금 규제와의 관계, 기업용 전용망 시장 개방 범위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AI 강국 전략과 네트워크 정책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는 AI 3대 강국을 말하면서 네트워크 정책이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지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언급하며, 새 정부 통신정책 방향과 AI 네트워크 전략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산업 경쟁력이 결국 물리적인 네트워크 인프라와 직결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재할당 대가 인하와 투자 의무 부과가 맞교환 구조를 띠는 만큼, 최종 확정 과정에서 이동통신사와 정부 간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G와 4G 축소를 통해 5G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과 요금 구조, 투자 부담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새 정책이 5G 단독망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네트워크 인프라 경쟁력을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