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립 수준 합리적 범위 진입”…연준, 기준금리 3.50~3.75%로 인하 후 동결 기조 시사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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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USA)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50~3.75%로 인하한 뒤 현 수준을 유지하며 향후 경제지표를 점검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각국 통화정책 운용에 직접적 영향을 주며, 연준의 인하 사이클이 잠정적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세 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 지난 9월 이후 총 0.75%포인트를 낮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견에서 “향후 경제상황 변화를 기다리며 지켜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하며, 현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 기준금리 3.50~3.75%로 인하 후 동결 시사…파월 “중립 수준 합리적 범위 진입”
연준 기준금리 3.50~3.75%로 인하 후 동결 시사…파월 “중립 수준 합리적 범위 진입”

파월 의장은 이번 조정으로 정책금리가 이른바 ‘중립 수준’ 추정치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이후 정책 조정으로 우리의 정책은 중립 수준 추정치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놓이게 됐다”고 언급하며, 최근 인하 흐름이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언급한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실질금리를 의미하는 경제 이론상의 개념이다.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가 “실제로 관찰 가능한 수치가 아니라 추정치에 기반한 개념”이라고 강조하면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특정 숫자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경제지표와 금융여건의 종합적인 흐름을 본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12월 FOMC 통화정책 결정문에 향후 기준금리 운용과 관련해 ‘정도와 시기’라는 표현을 새로 추가했다. 이는 추가 금리 인하의 폭과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에 따라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새 문구는 향후 들어오는 지표를 신중하게 평가하겠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설명해, 인하 기조는 유지하되 동결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읽힌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표현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속도를 조절하고, 현 수준에서 일정 기간 동결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자본 흐름과 신흥국 통화정책 결정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동시장에 대한 진단도 변화 조짐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 냉각돼왔다”고 평가하며, 고용 여건이 이전의 과열 상태에서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4월 이후 월간 일자리 증가 수치가 실제보다 과대 계상됐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통계상으로 나타난 고용 지표의 강도가 다소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연준이 현재 노동시장에 “현저한 하방 위험(downside risk)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히며, 향후 고용 둔화가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췄던 이전 기조에서 고용과 성장 리스크를 보다 비중 있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월 의장은 동시에 연준이 추구하는 두 가지 목표, 즉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 사이에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란 두 통화정책 목표 간 긴장 관계 사이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무위험(risk-free) 정책경로란 없다”고 말하며, 어느 한쪽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재가열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 조정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성장 전망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지난 5~6년간 향상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공지능(AI) 활용 확대와 자동화 진전 흐름을 언급하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중장기 성장률과 노동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생산성 개선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면서도 성장과 임금을 지지할 수 있는 요소로, 향후 중립금리 추정과 통화정책 궤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과 각국 중앙은행은 연준이 ‘중립 수준’ 근처에서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향후 발표될 미국 물가와 고용 지표를 통해 추가 인하 재개 여부와 동결 기간을 가늠하려 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앞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과 국제 자본 흐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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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파월#연방준비제도#기준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