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4,300달러 안착…연준 완화 기조에 원화 강세에도 국내 금값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 금값이 온스당 4,300달러 선에 안착한 가운데, 12월 15일 국내 금 시세도 환율 부담을 딛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완화 전환과 토큰화 금 확산, 아시아 실물 수요가 맞물리며 금값의 구조적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구간으로 보고 있다. 향후 환율과 미국 통화정책, 정치 변수에 따라 국내 투자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5일 국내 금 1돈 시세는 76만8,750원으로 마감해 직전 거래일인 12월 12일 76만2,713원 대비 6,038원, 0.8% 상승했다. 같은 날 0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하락한 1,477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국내 금값의 하방 경직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1주일 평균 시세와 비교하면 1돈 기준 1만3,505원, 1.8% 높고, 30일 평균 대비로는 2만8,093원, 3.8% 오른 수준이다.
![[분석] 미 연준 추가 완화 기대감에 국제 금값 4300불 안착…환율 변수 주목(금값시세) (ⓒ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761237785_219013350.jpg)
단기 흐름을 보면 지난 12월 5일 75만3,675원에서 출발한 금 시세는 12월 9일 74만7,713원까지 일시 조정을 받았으나 이후 반등에 성공해 12월 15일 76만8,750원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일까지의 최근 1년 최고가인 85만1,250원보다는 약 9.7% 낮지만, 연중 최저가였던 42만1,875원과 비교하면 82.2% 급등한 상태여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담과 기대가 교차하는 구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 가격 측면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뒤 금 가격은 상승 탄력을 이어가며 온스당 4,300달러 선을 재차 회복했다. 최근 두 달 내 최고 수준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이 지표보다 더 약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도 금값의 중기 상방 요인으로 거론된다. 삼성금거래소는 시장이 내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의 일시 동결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해싯 등 통화 완화 성향 인사들의 부상은 금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 당국 수장의 기조가 완화로 기울 경우 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를 통해 금 가격에 추가 상승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경기 지표도 금값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2026년에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연준이 단기 국채 약 400억 달러 매입 계획을 밝힌 점도 자금 시장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무이자 안전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을 키우는 촉매로 작용했다.
실물·디지털 금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변화 조짐도 관측된다. 미국 정보업체 USA GOLD에 따르면 테더가 운영하는 토큰화 금 상품 XAUt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종이 금, 이른바 페이퍼 골드 시스템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실물 골드바와 금화에 대한 매수세를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도 등 아시아권에서 실물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이탈리아가 유럽중앙은행과의 금 보유고 분쟁을 정리하며 자국 금의 송환 가능성을 열어둔 움직임도 글로벌 유동성과 금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USA GOLD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디지털화 진전이 아니라, 분수화된 종이 청구권에서 실물 소유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조용히 진행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과도하게 확대된 파생상품 기반 금 거래 구조가 시험대에 오르면서, 실물 인도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실물에 대한 선호가 강해질수록 가격 조정 국면에서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적지 않다. 연준의 완화 전환에 따른 달러 약세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 고점을 유지하는 흐름이다. 환율이 높게 유지될 경우 국제 금값 변동 폭이 국내 가격에 증폭돼 반영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체감 낙폭이 제한되는 하방 경직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엔 국제 가격 상승이 일부 상쇄되면서 단기 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4,300달러 선 안착 여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의 1,480원선 재돌파 가능성이 국내 금 시세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경제 라인 인선과 차기 연준 의장 인준 과정에서 정책 기조가 얼마나 강경하거나 완화적으로 기울지에 따라 달러와 금의 관계가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채권 비중 조정 여부도 환율과 금값에 동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추가 완화 속도와 글로벌 경기 둔화 심화 여부,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전략이 맞물리며 금값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은 물가와 고용, 환율 등 주요 거시 지표 흐름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