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반등에 산타 랠리 기대”…미국 뉴욕증시, 고용지표 앞두고 줄다리기 장세
현지시각 기준 12월 15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뉴욕증시가 장초반 일제히 상승 출발하며 지난 주말 하락 이후 투자 심리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가 반등에 나서면서 연말 ‘산타 랠리’ 기대를 되살리고 있지만, 이번 주 발표될 미국 고용·제조업 지표를 앞두고 시장은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현지시각 기준 오전 10시 36분,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37% 오른 6,852.43,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0.31% 상승한 23,266.34를 기록 중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7% 오른 48,590.76,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0.41% 상승한 2,561.96으로, 대형·중소형주 전반에 매수세가 퍼지는 양상이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3%대 상승한 16.25를 기록해 지수는 오르지만 경계 심리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809935767_393462891.jpg)
찰스 슈왑에 따르면 이번 주는 연말 연휴를 앞둔 마지막 ‘풀 위크’로, 직전 거래일 크게 밀렸던 엔비디아(NVDA)와 브로드컴(AVGO) 등 기술주가 반등에 나서며 장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시장을 압박했던 AI 관련 설비 투자 과열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다시 연말 랠리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기술주에서 중소형주, 금융, 소재, 산업재 등 경기 민감 섹터로 자금이 분산되는 순환매가 포착되면서, 상승장이 일방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시장의 초점은 16일 발표 예정인 미국 11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다. 찰스 슈왑은 브리핑닷컴 컨센서스를 인용해 월간 신규 일자리 3만 개 증가, 실업률 4.4% 수준의 안정적 고용을 예상했다. 시장 기대를 웃도는 강한 고용 지표가 나오면 임금·소비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가 다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기조 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거시 환경 속에서 섹터별·종목별 흐름은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로의 ‘로테이션’이 추세로 자리 잡을지 여부다. 지난주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부채에 의존한 AI 투자 구조에 대한 우려로 급락하며 나스닥 전체를 끌어내린 반면, 15일 장초반에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되돌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오전 기준 4.16% 수준에서 거래되며 최근 저점 대비 15bp 이상 상승해,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남아 있다.
찰스 슈왑의 네이선 피터슨 파생상품 리서치·전략 이사는 “시장은 견조한 미국 경제, 비교적 협조적인 연준, 연말 계절 효과와 같은 긍정 요인과, 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장기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재정·부채 우려가 국채 금리에 반영되면서, 성장주 중심의 고평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서학개미’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2월 11일 기준 서학개미 보관금액 1위는 테슬라다. 이날 장초반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4.21% 급등한 478.27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찰스 슈왑은 웨드부시(Wedbush) 보고서를 주요 촉매로 지목했다. 웨드부시는 테슬라에 대해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과 600달러 목표주가를 유지하면서, 2026년을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이 본격화되는 구조적 전환기로 제시했다. 특히 내년 봄 미국에서 선보일 예정인 ‘사이버캡’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서학개미 보관금액 2위를 차지한 엔비디아 역시 1.32% 오른 177.32달러에 거래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찰스 슈왑은 엔비디아가 중국 내 고객사를 대상으로 H200 AI 칩 생산 능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소식이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엔비디아 주가는 12월 저점에 근접하며 약 4% 하락한 바 있어, 이날 흐름은 ‘되돌림 반등’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반면 아이온큐는 0.27% 하락한 50.22달러로 소폭 조정을 받는 가운데, 애플(-0.23%), 알파벳 A(-0.03%), 마이크로소프트(-0.24%) 등 대표 빅테크는 보합권에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고평가 논란과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개별 모멘텀 유무에 따라 주가가 엇갈리는 전형적인 종목 장세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보관금액 통계와 실제 주가 흐름 사이의 시차도 주목할 대목이다. 예탁결제원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현지 결제일 기준 1~2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12월 11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40조 7,921억 원으로 집계돼 직전 집계일 대비 4,276억 원 감소했다. 당시 테슬라 주가가 단기 급등 이후 조정을 받던 구간이었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거나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 감소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15일 장초반 주가가 4% 넘게 급등하면서, 단기 조정 구간에도 보유를 유지한 투자자들이 유리한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엔비디아 역시 11일 기준 보관금액이 3,401억 원 줄었지만, 이날 반등으로 평가 가치가 다시 불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서학개미 투자 패턴이 단기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테슬라·엔비디아와 같은 핵심 성장주에 대해서는 중장기 보유 성향을 유지하는 ‘혼합 전략’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선호도는 여전히 강하다. 12월 11일 기준 미국 상위 50개 종목에 대한 서학개미 보관금액은 183조 2,396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규모다. 2025년 12월 현재 한국 투자자의 미국 증시 전체 보관금액은 약 245조 원으로 전월 대비 3.7% 증가했다. 연초인 1월 166.8조 원에서 출발해 10월 249.42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연말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이다.
보관금액 증가는 기존 보유 종목의 평가 이익뿐 아니라, 로켓랩과 아이온큐 같은 우주 항공·양자 컴퓨팅 등 신성장 분야로의 신규 자금 유입 확대를 반영한다. 실제로 12월 11일 기준 로켓랩 보관금액은 하루에만 1,387억 원 늘어나 서학개미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섹터 전반의 흐름도 장초반에는 우호적이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직전 거래일 5% 급락했음에도, 이날 AMD, 마이크론, 마벨 테크놀로지 등 주요 종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텔(INTC)은 AI 칩 스타트업 삼바노바(SambaNova)를 16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 이후 1.3% 상승했다. 다만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와 암(ARM)은 개장 전부터 내림세를 기록했고, 어도비(ADBE) 역시 키뱅크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거시 지표 측면에서 웰스파고는 이날 증시 상승 출발에 1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와 주택 건설업체 심리 지수 발표를 앞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할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는 10.0으로, 전월 18.7에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경기를 확장 국면으로 평가하는 기준선 위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아시아 증시가 혼조세를 띤 것도 미국 투자자들의 시야에 들어와 있다. 중국(China)의 11월 소매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에 그치며 예상을 밑돈 탓에, 중국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재부각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의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미국 수출 기업과 원자재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뉴욕 시장에도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상품·환율 시장에서도 미세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며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342.75달러로 1% 상승,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와 통화가치 변동성 확대에 대한 헤지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비트코인 선물은 0.7% 하락하며 9만 달러 선을 내줬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7.12달러로 0.6% 떨어졌다. 12월 15일 원/달러 환율은 1,467원으로 전일 대비 10.5원 하락해 원화 강세를 보였으며, 이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익·환차손 계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승세가 실물·실적 개선보다는 최근 조정에 따른 과매도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S&P 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2.5배 수준으로, 역사적으로 높은 밴드에 머물러 있다. 찰스 슈왑의 케빈 고든과 리즈 앤 손더스는 “높은 멀티플은 통상 낙관적인 투자 심리를 반영한다”며 “이런 국면에서는 부정적인 뉴스가 등장할 때 시장이 더 과격하게 반응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반등에 안도하기보다 향후 발표될 고용·제조업 지표와 기업 실적 전망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언제든지 투자 심리가 급변할 수 있다는 인식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평가 부담이 누적된 만큼 낙관론이 정점을 찍을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각국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체질과 분산 수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증시의 이번 반등이 연말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조정 국면으로 이어질지에 국제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