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8000억 계약 99% 증발"…엘앤에프, 테슬라 악재에 9% 급락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 주가가 테슬라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정정 공시 여파로 9% 넘게 급락했다. 2025년 증시 폐장일에 터진 악재가 수주 잔고의 신뢰도까지 흔들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업황 둔화와 맞물린 구조적 부담 속에서 2026년 실적 반등 가능성을 둘러싸고 시장의 냉정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엘앤에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85퍼센트 1만 400원 떨어진 9만 5200원에 마감했다. 12월 초 13만 2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완만한 조정을 거치며 10만 원대 중반 박스권을 형성하는 듯했지만, 이날 장 마감 직전 발표된 테슬라향 공급 계약 정정 공시가 촉매가 되면서 심리적·기술적 지지선이던 10만 원선을 내줬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30일 엘앤에프 거래량은 204만 주로 전일 대비 약 7배 뛰었다. 이는 2024년 11월 18일 이후 최대 수준으로, 그동안 10만 원대 중반 구간에 쌓였던 매물대가 한꺼번에 출회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가격 조정 단계를 넘어 기존 상승 추세선이 훼손되며 추가 하락 구간 탐색이 불가피해졌다는 경계감이 나오고 있다.
주가 급락의 직접적 계기는 테슬라와 맺었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의 정정 공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앤에프가 기존에 공시했던 3조 8000억 원 규모 공급 계약 금액은 973만 원으로 99.9퍼센트 축소됐다. 회사 측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배터리 수급 환경 변화 등을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계약 해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해당 계약은 그동안 엘앤에프의 중장기 성장성을 설명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정정으로 실제 물량 공급 없이 장기간 서류상 숫자만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주 잔고의 질적 신뢰도가 타격을 입으면서 다른 고객사 계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시각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과 외국인 간 극명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30일 하루 동안 기관 투자자는 34만 주를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대형 악재가 확인되자마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중 축소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날 25만 주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엘앤에프 외국인 보유 비율은 12월 초 16퍼센트대에서 17.0퍼센트까지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테슬라 계약 악재를 단기 재료로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외국계 자금이 유입됐거나, 이전에 쌓였던 공매도 포지션을 상환하는 숏커버링 수요가 동반됐을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향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적인 지분 확대 흐름으로 이어질지, 일회성 수급 이벤트로 마무리될지가 단기 주가 반등 여부를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실적 전망은 녹록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2025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28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4년 대비 적자 폭이 다소 줄어드는 흐름이지만, 여전히 이익 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24년 기준 수출 비중이 99.97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고객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전 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객사 투자 축소는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2026년 이후를 기점으로 한 턴어라운드 기대도 남아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2026년 엘앤에프 영업이익을 1082억 원으로 제시하며 흑자 전환 가능성을 가정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 가동과 원가 구조 개선, 고객사 다변화 등이 본격화될 경우 수익성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7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은 17.49퍼센트, 주가순자산비율은 5.29배까지 내려갈 것으로 제시되며 중장기 성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동종 업계 대비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와 함께 신뢰 훼손 이슈가 주가 상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의견이 교차한다.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주가는 각각 3.03퍼센트, 2.88퍼센트 하락하는 데 그쳤던 반면, 엘앤에프는 10퍼센트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기차 밸류체인 최말단에 위치한 소재 업체가 업황 조정의 충격을 더 크게 받는 구조가 재차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경영진의 대응 전략과 신규 사업의 가시성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예정된 회사 측 설명과 함께 테슬라 계약 공백을 메울 대체 수주 확보 방안, LFP 리튬인산철 등 차세대 소재 분야에서의 사업 계획이 명확히 제시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전방 산업 업황 개선 시점과 맞물려 신규 성장 동력이 구체화될 경우, 2026년 이후 실적 전망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수급의 성격을 면밀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기 악재에 따른 과도한 조정 구간이라는 인식 속에서 기술적 반등 시도가 나타날 수 있지만, 수주 잔고의 신뢰 회복과 실적 가시성 제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등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주가 흐름은 전기차 수요 지표와 고객사 투자 계획, 회사의 신규 수주 공시 등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소재 업체들의 사업 구조와 수익 모델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형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한 공시 신뢰를 높이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중장기 리스크 관리의 핵심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2026년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와 테슬라 계약 악재의 충격 사이에서 엘앤에프 주가가 한동안 변동성 높은 검증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