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광주서 서울로 간다”…민주당 시의원 서울행에 예산심의 연기 논란
정국을 뒤흔든 12·3 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광주 지역 정치권이 다시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이 계엄 1년을 맞아 서울 시민행진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내년도 본예산 심의 일정이 조정됐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 예산 심의와 정치 현안 대응을 둘러싼 갈등이 지방의회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2일 광주시의회 박수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3일 서울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가 진행하기로 했던 2026년 본예산 심의 일정이 연기되거나 축소됐다.

당초 광주시의회는 3일과 4일 이틀 동안 4개 상임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본예산을 심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복지위원회와 교육문화위원회는 3일로 잡혀 있던 심의를 5일로 미뤘다. 행정자치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3일 하루 종일 진행하려던 심의를 줄여 1개 실·국만 다루고, 나머지 부서는 5일에 심사하기로 했다.
광주시의회는 전체 23명 의원 중 2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무소속 심창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용임 의원에게 일정 변경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의회 공식 대표단이 아니라 각자 개인 신분으로 시민대행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측 유일한 원내 교섭 파트너인 국민의힘 김용임 시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계엄 사태 1주년의 특수성은 이해하지만, 내년 본예산 심의라는 중요한 의정활동을 내팽개치고 갈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게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일당독재의 폐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 재정 운용의 핵심 절차인 본예산 심의가 정치 일정에 밀렸다는 인식이 깔린 발언이다.
광주 지역 민주당은 맞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입장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년간 국정조사, 특검, 청문회 등을 통해 불법 계엄의 실체 규명에 집중해왔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정쟁으로 포장하고 책임자를 보호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계엄 사태 진상 규명이 여전히 진행형인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또 “불법 계엄이 좌절된 것은 5·18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며 “광주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12·3 계엄 사태를 역사적으로 연결하며, 광주가 전국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논평을 통해 힘을 보탰다. 진보당 광주시당은 “2024년 대한민국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1980년 광주였다”고 밝히며, 계엄 사태 저지를 5·18 정신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건강한 경쟁으로 광주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개헌의 문을 열겠다”고 언급했다. 지방선거와 개헌 의제를 함께 거론하며 향후 정치 구도 재편을 예고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3일 서울에서 열리는 12·3 시민대행진은 내란 및 외환죄 논란을 둘러싼 책임 규명과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전국 단위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만큼, 중앙 정치권뿐 아니라 지방의회와 지역 정당들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심의를 일부 연기하면서까지 서울행을 택한 것을 두고, 정치적 상징성 강화와 지방정치의 중앙 이슈 종속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편 광주시의회는 5일 추가 상임위 일정을 통해 미뤄진 예산 심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은 계엄 사태 1주년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내년도 예산 심사와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싼 본격적인 세력 다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