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하위 20% 되면 재선 어려워진다”…민주당, 현역 선출직 평가 본격 착수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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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둘러싼 긴장감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면서, 재선을 노리는 이들과 당 지도부의 전략이 정면으로 맞붙는 형국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에 따르면 당은 최근 중앙당 차원의 선출직 공직자 평가 설명회를 마무리하고, 오는 주말부터 각 시도당 단위 평가 설명회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 평가 기준과 절차가 공유되며 사실상 지방선거 공천 경쟁의 서막이 오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각 시도당은 평가 대상자를 확정하기 위해 현역 공직자들을 상대로 불출마 서약서를 받았다. 불출마 의사를 제출한 인사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은 모두 평가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명단을 정리했다.

 

시도당은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본격 가동한다. 평가 대상은 현역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전원이다. 평가위원회는 약 한 달 동안 평가 작업을 진행해 내년 1월 20일 전후로 결과를 확정할 것으로 당 안팎에서 관측되고 있다.

 

평가 항목은 직책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은 도덕성, 리더십, 공약 이행 정도, 직무 수행 능력, 주민 삶의 질 향상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입법 활동, 행정감사 활동, 지역 공헌도, 동료 의원 평가 등이 주요 기준으로 반영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컷오프를 하지 않는 이른바 노 컷오프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번 현역 평가는 재선 이상을 준비하는 현역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천 단계에서 기계적으로 탈락시키지 않는 대신, 평가 결과를 공천과 경선 과정에 직접 반영해 걸러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 규정에 따라 현역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되면 공천 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하위 20%로 분류된 인사는 공천 심사 단계에서 점수 20%가 감산되고,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득표수의 20%가 깎인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 재선 도전이 매우 어려워지는 구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평가 방식도 단계별로 달라진다.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이 전국 단위로 평가를 진행하고, 기초단체장은 각 시도당이 책임지고 평가한다. 광역의원은 광역의회별 또는 상임위원회별로 나눠 평가하며, 기초의원은 각 기초의회별로 심사가 이뤄진다. 당 지도부는 이를 통해 지역별 특성과 의정 활동의 차이를 보다 세밀하게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경우, 평가 결과에 따른 하위 20% 인원도 대략적으로 가늠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하위 20% 대상자는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은 광주 1명과 전남 3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의원은 광주 4명, 전남 11명 안팎이 하위 20% 그룹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재선을 노리는 현역들에게는 하위 20% 포함 여부가 경선 통과를 좌우하는 사실상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노 컷오프 방침 속에서 평가 결과에 대한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현역 평가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공천 경쟁과 지역 정가의 구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내년 지방선거 공천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고, 국회와 지방의회는 향후 회기에서 인물 교체와 지역 민심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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