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호국 영웅 명비’ 갈등”…학교, 설치 위치 이동·규모 축소 결정
학내 반발과 논란이 이어진 부산대학교 ‘6·25 참전 호국영웅 명비’ 설치 계획이 수정됐다. 대학 측은 7일 캠퍼스기획위원회 논의를 거쳐 명비 위치를 변경하고 규모를 축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교내 여론과 이견이 격렬했던 가운데, 대학 당국이 한발 물러선 조치다.
학교는 당초 물리관 앞 새벽뜰 광장에 너비 9.3미터, 길이 3.8미터, 높이 3.4미터의 대형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정규교수노조와 민주동문회 등 학내 구성원을 중심으로 "대학 공간 활용 및 공론화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종적으로 향후 ROTC 학군단 건물 앞으로 위치를 옮기고 새로운 디자인안으로 축소 조정하기로 방침을 밝혔다.

기념비 앞면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확인된 동문 255명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뒷면에는 위트컴 장군의 초상화도 넣지 않기로 확정했다. 해당 장군은 전후 부산 재건과 부산대 캠퍼스 부지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학내에서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강하게 제기된 탓이다. 위트컴 장군의 공덕 기리기는 별도의 방안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부산대학교 관계자는 “명비는 동문들의 헌신을 기념하려는 것이 본질이며, 위트컴 장군 초상화는 디자인 제안의 일환이었을 뿐"이라며 "축소 조정에 따라 장군의 초상은 포함하지 않기로 하고, 예우 방안은 별도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교 안팎의 집단행동과 다양한 의견 표출에 따라 대학 측이 일정 부분 변경을 수용했으나, 호국 영웅 추모와 관련한 기념 공간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부산대는 앞으로 규모와 위치가 조정된 명비 설치를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