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소버스 최대 수주”…현대차그룹, 광저우 공공교통 공략→수소 상용차 교두보
현대차그룹이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수소전기버스 200여 대 규모의 대형 수주를 확보하며 중국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와 중국 상용차업체 카이워그룹이 공동 개발한 8.5미터급 수소전기버스가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의 수소연료전지 도시버스 구매 프로젝트 입찰에서 종합평가 1위로 선정돼 총 224대 공급 계약을 따낸 것이다. 중국 전역을 통틀어 한 차례 조달 사업 기준 최대 규모의 수소버스 도입이라는 점에서, 중국 공공교통 시장 내 수소 모빌리티 전환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전기버스 450대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HTWO 광저우와 카이워그룹은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해 공급사로서 입지를 분명히 했다. 두 회사는 앞선 지난달 별도 진행된 입찰에서도 50대 가운데 25대를 수주한 데 이어, 두 차례 입찰을 합산해 총 249대의 수소버스를 연내 광저우 시내에 인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입찰 과정에서 차량 성능과 내구성, 운영 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검증받았고, 광저우 지역의 운행 환경에 특화된 맞춤형 설계가 경쟁력을 높였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공급되는 8.5미터 수소전기버스에는 HTWO 광저우가 생산하는 90킬로와트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됐다. 시스템 효율은 64%로, 동급 내연기관 대비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측정 기준 5분 내외의 짧은 충전 시간으로 복합 주행거리 최대 576킬로미터를 확보해 장거리 노선에서도 충전 인프라 부담을 상대적으로 경감시킨 구조로 설계됐다. 도심 정체와 잦은 정차가 반복되는 중국 대도시 버스 운행 환경을 감안하면, 실사용 효율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차체 구조 설계는 승객 편의와 운행 효율을 동시에 고려했다. 저상 버스 구조와 맞춤형 루프 설계를 도입해 승하차 동선을 단순화하면서 실내 헤드룸과 통로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했다. 유선형 전면 도어를 적용해 공기역학적 효율과 도심 운행 시 소음 저감을 도모했고, 1.1미터 미만의 짧은 리어 오버행 설계를 업계 최초로 채택해 회전 반경을 줄이면서도 차체 후방에 6.1미터 길이의 대형 평면 구역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휠체어 및 유모차 승차 수요를 수용하고, 출퇴근 시간대 입석 승객이 많은 중국 대도시 버스 운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HTWO 광저우는 현대차그룹이 2023년에 해외에서 처음 건설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전용 공장으로, 그룹의 중국 내 수소사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수소버스 대량 공급분을 포함해 연말까지 누적 1000대 이상 차량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조달하게 되며, 양산 실적과 운영 데이터는 향후 중국 내 타 도시 및 주변 국가로의 사업 확장에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광저우 대규모 도입 사례가 중국 정부의 수소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과 맞물리면서, 수소 상용차 생태계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실증 단계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는 특히 공공교통 부문의 친환경 전환이 도시 대기질 개선과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광저우는 제조업과 물류 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중대형 상용차의 배출가스 감축이 환경 정책 성과를 좌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소전기버스는 배출가스가 없고, 경유 버스 대비 소음이 낮으며, 운행 거리와 탑승 인원 측면에서 전기버스보다 운용 유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도시 간 환승과 장거리 간선 노선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더해진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수주는 광저우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 사업, 수소 생산·저장 프로젝트와 맞물려 지역 수소경제 클러스터 형성의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HTWO 광저우는 현지 파트너십을 확장해 기술 실증과 생태계 구축을 병행한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HTWO 광저우 관계자는 현지 협력사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기술 실증과 수소 공급망 정착에 힘써, 수소가 광저우 내 청정교통의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소 상용차가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수소 가격 변동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으나, 공공 조달과 대량 운영 사례가 축적될수록 단가 하락과 공급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이번 수주 실적은 중국 시장에서 수소 상용차 경쟁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향후 동남아와 중동 등 대형 상용차 중심의 신흥 시장 진출에도 상징적 레퍼런스로 기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