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공연 돌연 취소, 이유도 못 들었다”…하마사키 아유미, 한일령 논란에 日외교 긴장 고조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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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8일, 중국(China)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일본(Japan) 인기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콘서트가 공연 당일 돌연 취소됐다. 중국 당국의 구체적 설명 없이 무대가 멈춰 서자, 최근 한일 연예·문화 활동을 제한한다는 이른바 한일령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본과 중국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하마사키 아유미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상하이 공연 취소 사실을 직접 밝혔다. 그는 “이전 공연과 마찬가지로 오늘 상해 무대 설치까지 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노력했고, 5일의 시간이 투자됐다”며 “그러나 주요 스태프들이 오전부터 급하게 모였고, 공연 취소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취소 요청 주체와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마사키 아유미 인스타그램
하마사키 아유미 인스타그램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 공연을 위해 노력해 온 스태프들과 댄서, 밴드 멤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 그리고 그 외 여러 나라에서 모인 1만 4천여 명의 팬들을 직접 만나 사과할 기회조차 없는 상태로 공연이 취소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어이가 없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하마사키 아유미는 “실망스러운 상태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 이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덧붙였다. 공연장을 찾으려던 팬들은 현지 소셜미디어에 혼란과 실망감을 쏟아냈고, 일부는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글을 공유하고 있다.

 

상하이 공연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일본 대중문화를 조이는 한일령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본 언론과 네티즌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측에서는 공연 당국의 행정 절차 문제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해석과 함께, 최근 급격히 악화된 중일 관계가 문화 교류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배경에는 최근 일본 정치권의 대만 해협 관련 발언이 자리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최근 발언에서 대만 해협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중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규정하며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여 왔다.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중국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일본을 겨냥한 각종 제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촉구하는 지침을 내렸고, 일본 영화의 상영을 제한하는 조치도 취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양국의 정치·외교 갈등이 관광과 교육, 문화 산업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이번 하마사키 아유미 공연 취소가 공식적으로 중국의 대일 문화 제재와 연관됐다는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당국의 명확한 설명 없이 대형 공연이 당일 전격 취소된 점을 들어, 중국이 여론 동향을 보며 비공식적인 압박 수단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중국 측 관계 기관은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 인식과 영유권, 안보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돼 왔고, 정치적 파장이 문화·콘텐츠 분야로 확산된 전례도 있다. 한일령 논란이 커질 경우, 이미 중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과 기업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본 공연 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국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수준에서 설명과 조율에 나설지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다. 중일 관계가 대만 문제를 고리로 다시 경색되는 흐름 속에서, 한일령 논란과 문화 교류 위축이 양국 국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제사회는 중일 갈등의 여파가 안보와 경제를 넘어 문화 영역까지 확산되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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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사키아유미#한일령#다카이치사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