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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위험 속 상생 금융방패”…현대차·기아 협력사 지원→체력 보강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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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이 KB국민은행, 현대자동차, 기아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사의 자금 애로를 덜기 위한 상생 금융협력 체계를 가동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대미 수출 둔화와 생산 감소, 고용 위축이 겹치며 중소 자동차 부품업계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1천억원 규모의 협약보증과 이자 지원을 결합한 유동성 안전판을 마련해 공급망 전반의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협약의 골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출연한 특별출연금 50억원, KB국민은행이 부담하는 보증료 지원금 15억원을 기반으로 기술보증기금이 총 1천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하는 구조에 있다. 기보는 현대차그룹 협력사를 대상으로 보증비율을 기존 8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상향하고, 3년간 고정보증료율 0.5퍼센트를 적용해 보증 비용을 크게 낮추기로 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이 추가로 3년간 보증료 0.5퍼센트포인트를 지원함으로써, 신용도가 낮은 중소 협력사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비용으로 운전자금과 설비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공급망 위험 속 상생 금융방패…현대차·기아 협력사 지원→체력 보강
공급망 위험 속 상생 금융방패…현대차·기아 협력사 지원→체력 보강

현대차와 기아는 보증 프로그램과 별개로 KB국민은행에 1천억원을 별도 예치하고, 그 예치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활용해 협력사의 기존 및 신규 대출에 대한 이자 감면을 추진한다. 제조원가 부담과 금리 고착으로 이중고를 겪는 부품사 입장에서는 보증료 인하와 이자 경감이 맞물리며 현금흐름 개선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원 대상은 기술보증기금의 기술보증 요건을 충족하는 신기술사업자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천한 협력사 등으로 한정해, 기술력과 공급망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금융 자원이 우선 배분되도록 설계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발 통상 충격을 계기로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리스크 관리 방식이 양적 지원에서 질적 선별과 상생 구조 강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완성차 기업이 출연금을 제공하고, 정책 금융기관이 보증을 통해 위험을 흡수하며, 시중은행이 보증료와 금리 부담을 분담하는 삼각 구조가 정교하게 맞물리면서, 협력사의 재무 체질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 여력까지 보강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공급망의 한 축인 중소 부품사의 기술투자가 위축될 경우 완성차 기업의 전동화, 자율주행 전환 전략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금융을 통해 산업 전환기의 충격을 조정하는 정책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협약 체결 자리에서 협력사를 향한 금융지원이 공급망 안정과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상생협력 기반의 생태계를 다지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통상마찰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이 같은 상생 금융 프로그램이 다른 완성차 그룹과 주력 제조업으로 확산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하나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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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현대자동차#kb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