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에 실적주 차익 매물 겹쳤다”…미국 뉴욕증시, 연말 랠리 제동에 변동성 확대
현지시각 기준 12월 29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기술주 중심의 차익 실현 매물이 겹치며 뉴욕증시가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중동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불거진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변동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투자자뿐 아니라 미국 주식 비중이 큰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9일 오전 10시 39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0.57포인트(0.10%) 하락한 48,660.40을 기록하며 약보합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97포인트(0.32%) 내린 6,907.97에 거래 중이며,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146.52포인트(0.62%) 떨어진 23,446.58로 3대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세부 지수에서도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진다. 나스닥 100 지수는 142.75포인트(0.56%) 밀린 25,501.64를 나타냈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3.33포인트(0.13%) 하락한 2,531.02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 대비 1.22포인트(8.97%) 급등한 14.82를 기록해 투자자 경계심이 한층 높아졌다는 신호를 보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5.3원으로 전일보다 9.7원 내리며 원화 강세가 나타났지만, 글로벌 증시의 불안 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찰스 슈왑은 보고서를 통해 이날 하락세의 배경으로 중동과 동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을 꼽았다. 이란 대통령이 미국(USA), 유럽(Europe), 이스라엘과 “전면전 상태”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가운데, 중국(China)이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했다는 소식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위험 자산 선호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슈왑은 연말 들어 거래량이 얇아진 상황에서 이런 뉴스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긴장과 중국의 군사훈련 소식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 이상 급등하며 에너지 시장을 자극했다. 유가 상승은 엑손모빌과 쉐브론 등 에너지 업종에는 호재로 작용했으나, 금리 민감도가 높은 성장주와 기술주에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웰스파고는 이날 주식 선물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전하며, 투자자들이 리스크 선호 자산에서 한 발 물러서는 양상을 지적했다.
주요 기술주는 지난주 강한 랠리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그록(Groq)과의 200억 달러 규모 라이선스 계약 소식에도 불구하고 1.15% 하락한 188.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오라클은 1.6% 내리며 약세 출발했고, 마이크론과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반도체 관련주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Japan) 소프트뱅크가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디지털브릿지 그룹은 장 초반 28% 폭등해 변동성 장세 속에서 이례적인 강세를 연출했다.
원자재 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은 가격 상승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은 가격은 3% 급락하며 급격한 되돌림을 보였다. 유가와 귀금속 가격이 엇갈리는 흐름을 보이면서 자산군별 대응 전략에 혼선이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증시의 출렁임은 한국(Korea)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계좌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2월 2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83조 4,357억 원에 달한다. 다만 예탁결제원의 통계는 결제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29일 장중 시세와는 시차가 존재하며, 실제 투자 성과를 가늠하기 위해선 양 데이터를 교차해 볼 필요가 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인 테슬라는 25일 기준 보관금액이 43조 971억 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9일 장 초반 테슬라 주가는 2.29% 하락한 464.32달러를 나타내 투자자 우려를 키우고 있다. 테슬라 주가 상승의 1.5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는 4.51% 급락해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 위험을 다시 드러냈다.
보관금액 2위인 엔비디아(25조 8,446억 원)도 1%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3위 팔란티어 테크(10조 1,183억 원) 역시 0.92% 내리는 등 서학개미 상위 보유 종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는 기술주 약세 속에서도 0.74% 오른 46.34달러를 기록하며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한국 투자자들이 아이온큐를 167억 원 규모로 순매수한 가운데, 주가도 동반 상승하며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고 있다. 다만 서학개미가 459억 원가량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난 뱅가드 S&P 500 ETF도 0.22% 하락하는 등, 광범위한 시장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향후 불확실성 요인은 여전히 상존한다. 찰스 슈왑은 오는 30일 공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향후 미국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 10월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610억 달러 규모로 순매도해 2021년 초 이후 최대 유출을 기록한 점을 주목했다. 이런 흐름은 국채 금리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식 시장, 특히 중소형주와 유틸리티 섹터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웰스파고는 중국의 11월 산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1% 감소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글로벌 제조업과 교역을 둘러싼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고 평가했다. 중국 성장세 둔화는 원자재 수요, 신흥국 수출, 글로벌 공급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연말 연휴 시즌을 앞두고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시장은 2025년 마지막 거래일들을 앞두고 뚜렷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유동성이 얇은 환경에서는 작은 뉴스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이른바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의 하락 흐름이 기술적 조정에 그칠지, 지정학적 긴장과 거시 불확실성이 맞물린 추세적 하락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향후 공개될 FOMC 의사록과 주요 경제 지표, 그리고 중동과 동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 심리가 언제든 급격히 얼어붙거나, 반대로 사소한 호재에 다시 과열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방향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