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뇌졸중 진단 가속”…제이엘케이, 한림성심에 공급
뇌 영상 분석 인공지능 기술이 응급 뇌졸중 진단과 치료 의사결정 속도를 바꾸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제이엘케이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과 뇌혈관 폐색 여부 판단부터 뇌경색 범위 추정까지 지원하는 뇌 영상 분석 AI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병원은 스마트병원 전략의 일환으로 영상 판독 전 과정을 AI로 보조해 진단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고, 업계는 국내 병원 시장에서 구독형 의료 AI 모델 확산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한림대성심병원에 도입되는 제품은 JLK-LVO, JLK-CTP, JLK-CTL, JLK-PWI 등 4종이다.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은 디지털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구독 형태로 공급되며 정기 업데이트와 유지 보수가 포함된 패키지 구조다. 병원은 초기 도입 비용 부담을 줄이고, 제이엘케이는 장기적인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능 개선과 신규 서비스 기획에 나설 수 있는 구조다.

4종 솔루션은 뇌 컴퓨터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 등 주요 영상 모달리티 전반을 커버하며, 응급 뇌졸중 환자 진단 워크플로우를 단계별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JLK-LVO는 뇌 컴퓨터단층혈관조영 영상에서 대혈관폐색 여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폐색 의심 부위와 혈관 부피 정보를 자동 산출한다. 의료진은 수 분 안에 폐색 가능 혈관 위치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중재시술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JLK-LVO는 지난 4월 식약처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비급여 수가 책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기술성과 의료적 유용성이 기존 진단 방식 대비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다는 의미여서, 향후 본격적인 보험 체계 안착 여부가 시장 확산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JLK-CTP는 뇌 컴퓨터단층촬영 관류 영상을 분석해 이미 회복 불가능한 뇌경색 중심부와 혈류가 줄어든 저관류 영역의 부피를 각각 산출한다. 두 영역의 부피 불일치, 이른바 미스매치 정보가 시각적으로 제공돼,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인 재관류 치료를 시도할 수 있을지 판단을 돕는다. 기존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복수의 영상 시퀀스를 수동으로 비교해야 했던 과정을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판독 속도와 재현성 측면의 이점이 크다는 평가다.
JLK-PWI는 자기공명영상 기반의 관류강조영상과 확산강조영상을 활용해 동일한 분석을 수행한다. MRI 장비를 보유한 센터에서는 CT 기반 분석과 병행해 환자 상태를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어, 병원별 장비 구성에 따른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JLK-CTL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은 비조영 CT 영상에서 저음역 영역을 자동 검출해 초기 뇌 손상 정도를 제시한다. 조영제 투여 전 단계부터 후속 관류 분석 단계까지 뇌 영상 전 주기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라는 점에서, 한림대성심병원의 응급 뇌졸중 진료 프로세스 전체에 AI를 입히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뇌졸중 치료에서 시간을 의미하는 ‘골든 아워’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만큼, 영상 판독과 치료 적응증 판단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처럼 전문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응급실 중심으로 환자가 몰릴 때는, 자동화된 정량 분석 도구가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진료 편차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이번 도입으로 스마트병원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스마트병원 구축 전략의 하나로 첨단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환자 중심 진료 환경과 의료진의 연구·교육 기반을 동시에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초일류 병원을 지향하는 목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뇌졸중 영상 분석 AI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CT와 MRI를 연계 분석해 재관류 치료 적응증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다수 상용화돼 있으며,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워크플로우를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다수 기업이 뇌출혈 감지, 뇌경색 의심 부위 표지, 혈관 폐색 탐지 등 개별 기능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CT와 MRI, 관류와 혈관 분석을 한 번에 묶은 포트폴리오를 병원 단위로 구독형으로 공급하는 모델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문 상황이다.
제이엘케이는 구독형 모델을 통해 국내 병원 시장에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이번 계약이 병원 현장에서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구독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초기 투자 부담 없이 AI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어 향후 국내 병원 전반으로 확산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병원 규모와 진료 환경에 맞춘 맞춤형 제공 모델을 확대하고, 사용 데이터를 반영한 정기 업데이트로 뇌졸중 AI 포트폴리오 활용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뇌졸중 AI가 실제 임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 대비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향후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비급여 수가 논의가 속도를 낼 경우, 대형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지역 거점병원으로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계약이 뇌 영상 분석 AI의 상용화와 보험 체계 안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 결과와 정책 지원 방향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국내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