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균형발전은 생존전략"…이재명, 수도권 일극 체제서 5극 3특 다극 체제로 전환 강조
정치권의 오래된 갈등 축인 수도권 집중 문제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맞붙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바꾸겠다는 청와대발 균형발전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면서 정국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분권과 균형발전, 자치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지방소멸 우려와 수도권 과밀이 겹친 상황에서 국가 운영 방향을 균형발전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먼저 지난 성장 모델의 공과를 짚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통한 성장 전략을 추진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것도 역사적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곧바로 "최근에는 수도권 집중이 지나치게 강화돼 오히려 성장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집중이 더 이상 성장 엔진이 아니라 구조적 제약 요인이 됐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그는 대안으로 다극 체제 구상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대한민국이 '5극 3특' 전략을 중심으로 '다극 체제'를 만들어 성장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길이다.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유일한 길'로 표현한 만큼, 국정 최우선 과제로 균형발전 정책을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국가 공간 구조를 재편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초광역권별 산업·물류·관광·기후 대응 전략을 달리 설계해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재정 운용 방식 변화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재정을 배분할 때 다른 조건이 똑같을 때에는 지방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가중해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의 거리 개념을 공식 재정 배분의 변수로 삼겠다고 밝힌 것으로, 낙후 지역일수록 더 많은 국가 재정 지원을 받게 되는 구조를 지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정뿐 아니라 각 부처의 주요 정책 집행 원리까지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다른 주요 국가정책을 집행할 때도 이런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예산뿐 아니라 공공기관 배치, 인프라 투자, 신산업 입지 선정에서도 수도권 거리와 지역 균형을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오늘 지방시대위원회가 준비한 균형발전 전략을 들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이 전략을 현실화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이날 업무보고의 의미를 부각했다. 또 "위원회는 앞으로도 준비된 정책을 잘 집행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속성장의 길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정책 설계와 집행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수도권 규제 강화와 지방 인센티브 확대가 세부 입법과 예산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공방을 불러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민원을 이유로 규제 완화나 개발 사업 유지를 요구해 왔고, 비수도권 의원들은 재정 분권과 공공기관 이전 확대를 줄곧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5극 3특 전략을 구체화하는 후속 법안과 예산 패키지를 둘러싸고 여야와 지역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방소멸 위기와 인구 절벽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만큼, 균형발전 필요성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쟁점은 재정 배분 기준, 수도권 규제 수준, 공공기관 이전 범위와 속도 등 구체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통령 발언을 토대로 지방시대위원회 중심의 후속 논의를 거쳐 5극 3특 전략을 담은 중장기 균형발전 청사진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는 예산 심의와 관련 법 개정 논의를 통해 지역 인센티브 설계와 수도권 규제 조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