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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는 걸까”…71년생이 운세에서 찾는 오늘의 위로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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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를 시작하기 전, 조용히 운세를 찾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미신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달래는 소소한 의식이 됐다. 사소한 문장 몇 줄이지만, 그 안에서 오늘을 버틸 힘을 얻는 이들이 많다.

 

12월 8일, 음력 10월 19일 신해일. 뉴시스가 전한 띠별 오늘의 운세는 여느 때처럼 짧지만, 묘하게 현실에 닿아 있다. 쥐띠에게는 “표현하지 못했던 속내를 꺼내 보자”고 권하고, 소띠에게는 “든든한 저금통장 부자가 돼 간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겐 그 한 줄이, 망설이던 행동에 살짝 등을 떠미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71년생 잘하고 있는 걸까 되돌아봐야 한다(띠별 나이별 오늘의 운세)
71년생 잘하고 있는 걸까 되돌아봐야 한다(띠별 나이별 오늘의 운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는 매일 아침 ‘오늘의 운세’가 자리 잡고, 띠별·별자리 운세를 묶어 보여주는 서비스도 꾸준히 이용된다. 연령대도 넓다. 사회 초년생부터 은퇴를 앞둔 세대까지, 운세를 보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복권처럼 한 방을 기대하기보다, “오늘은 어떻게 버티고 살아낼까”를 묻는 마음이 더 크다.

 

띠별 문장은 짧지만, 그 속에는 세대의 고민이 스며 있다. 예를 들어 60년생 쥐띠에게는 “근사한 직함, 정승판서 돼 보자”고 전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커리어의 자존감을 건드린다. 73년생 소띠에게는 “허전한 가슴에 설렘이 다가선다”고 적어 관계와 감정의 새 출발을 떠올리게 한다. 86년생 범띠에게 건네진 “흠 잡을 데 없는 완벽을 보여 주자”는 말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현실을 비춘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돼지띠 71년생에게 전해진 “잘하고 있는 걸까 되돌아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창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 자신의 노후까지 동시에 떠안은 세대에게 이 말은 단순한 운세를 넘어선 자문처럼 다가온다. 적자였던 살림이 “흑자로 돌아 선다”는 59년생 돼지띠의 운세와 나란히 놓이면, 숫자와 마음을 함께 다독이는 한 줄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운세 열풍을 ‘감정 정리의 도구’라고 부른다. 심리 상담 현장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계기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운세 문장은 거울처럼 작동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상담가는 “운세의 문장을 읽고 ‘나는 요즘 어떤가’ 되짚어 보는 순간, 이미 자기 점검이 시작된 것”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운세를 매일 챙겨 본다는 직장인들은 “맞고 틀림보다, 오늘 하루를 어떤 태도로 보낼지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도전하지 않았던 실패가 남겨진다”(54년생 말띠), “흔들리는 초심에 중심을 잡아내자”(94년생 개띠), “울타리 밖 넓은 세상을 향해 가자”(92년생 원숭이띠) 같은 문장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작은 다짐문처럼 읽힌다. 댓글과 커뮤니티에는 “이 말, 오늘 내 얘기 같다”, “괜히 힘이 난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세대별로 눈여겨보는 문장도 다르다. 사회 초년생이 많은 90년대·00년대생에게는 “경험이 공부다 몸으로 익혀 가자”(91년생 양띠), “푸릇푸릇 청춘 현실에 지치지 마라”(03년생 양띠), “울타리 밖 넓은 세상을 향해 가자”(92년생 원숭이띠)가 와닿는다. 성취와 압박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80년대생에게는 “백 점 성적표로 존재감을 뽐내보자”(80년생 원숭이띠), “좋은 조건으로 마무리를 해내자”(78년생 말띠) 같은 문장이 오늘의 목표처럼 느껴진다.

 

나이 든 세대의 운세에는 조금 다른 색이 스민다. “낡고 오래된 것에 가치를 알아보자”(53년생 뱀띠), “새로운 터전에서 홀로서기 해보자”(65년생 뱀띠) 같은 문장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쓴 술이 달아지는 호사를 누려 보자”(47년생 돼지띠)라는 문장은 오랜 세월을 건너온 사람에게 허락되는 작은 위로처럼 읽힌다.

 

“쉽다 하는 방심 여지 없이 틀려진다”(67년생 양띠), “몰래 했던 선행 복이 돼 돌아 온다”(69년생 닭띠),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더해보자”(82년생 개띠) 등의 조언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건네는 다짐이다. 운세 속 문장들은 거창한 철학 대신, 오늘 하루의 한 걸음을 어떻게 내디딜지를 묻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침마다 짧은 문장을 스쳐 읽고, 무심코 그 말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둔다.

 

삶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예언보다 ‘위로’를 찾는다. 띠별 운세는 미래를 맞히려는 도구라기보다, 현재를 버티기 위한 언어가 돼 가는 중이다. 누구는 그 말에 기대어 표현 못했던 속내를 꺼내고, 누구는 조용히 도전의 버튼을 다시 누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늘 운세를 읽는 이 시간이, 나답게 하루를 살아보려는 작은 연습일지도 모른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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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운세#띠별운세#71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