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지연, 내부 압박 힘들었다”…이재명 대통령, 한미 팩트시트 난항 이면 밝혀
정치적 입장차가 첨예하게 부딪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지연을 둘러싼 안팎의 논란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16일간 이어진 깐깐한 협상 뒤 공식 문서가 발표된 배경에는, 내부 이견 조정과 국내 정치권의 압박이 중첩돼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한미 정상회담 후 2주 넘게 물밑 샅바싸움이 이어진 끝에 팩트시트가 발표됐다. 초기 정상 간 큰 틀 합의 이후 당초 곧장 공식 발표가 예상됐지만, 실제 발표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미 ‘언어와 자구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 수차례 밝혔으며, 각계에서는 협상 지연을 놓고 쟁점 사안에 대한 미국 내 조율과 양국 신경전이 장기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핵잠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굉장히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밝혀 이번 협상이 미세한 문구 조정까지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간 점을 강조했다.
위성락 안보실장도 협상 경과에 대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지난 8월 문구 합의가 끝났지만 당시 관세 협상이 미진해 발표가 미뤄졌다”며 “경주 정상회담 후 미국이 일부 재론을 제기하면서 핵잠 문제도 추가됐고, 마지막까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팩트시트에는 무역 및 안보 분야의 복합 쟁점이 한꺼번에 담기는 만큼, 최종 합의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반응도 이어졌다. 야권 등에서는 협상 지연을 문제 삼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합리적으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으나, ‘빨리 합의하라’, ‘무능하다’, ‘상대방 요구를 왜 빨리 들어주지 않느냐’는 내부 압박이 너무 힘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실패하기를 기다려 공격하려는 심사가 없어졌으면 한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과도한 정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힘센 강자와 국익을 지키는 협상에서 버티기 자체가 우리의 최대 무기”라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우리 실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였다. 늦었다고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한미 협상에서 우리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장시간 인내와 버티기가 필수였음을 강조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번 한미 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되기까지 복잡한 안보 쟁점과 국내 정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는 해석이 커지고 있다. 정국은 협상 지연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앞으로도 핵심 국익을 위한 전략적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