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교 특검 주중 발의 추진”…국민의힘·개혁신당, 추천권·수사범위 막판 줄다리기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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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정치자금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사이에 새 구도가 형성됐다. 제1여당인 국민의힘과 원내 제3당인 개혁신당이 손을 맞잡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정조준한 통일교 특검 도입 논의가 정국의 새 갈등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당은 특검법을 이르면 주중에 공동 발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추천권과 수사 범위를 두고 미묘한 견해차도 드러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첫 공식 회동을 갖고 이른바 통일교 특검법 도입에 공감대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통일교와 정치권의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며, 법안의 세부 내용을 실무 협의를 거쳐 조속히 정리하겠다고 했다.

양당은 특검 규모를 최소화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대규모 인력과 기간을 투입하는 대신, 핵심 의혹 규명에 초점을 맞춘 압축 수사를 추진하자는 취지다. 다만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범위를 둘러싸고는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제3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통일교 관련 의혹이 여야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를 위해선 통일교 관련 의혹이 없는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 통일교로부터 자유로운 원내 야당은 개혁신당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3당인 개혁신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정당이 정치적으로 관여하기보단 법률 전문가인 대법원이나 대한변협에 추천권을 맡기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통일교 연루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의식해, 정당 추천보다는 외부 법조계 인사를 통한 인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비공개 회의에선 국민의힘이 제시한 이 같은 방향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회동 뒤 "여당을 상대로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해선 정당의 개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데 양당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도 완전한 정당 배제보다는 법조계 1차 추천 후 정당이 최종 후보를 추리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법조계에서 1차적으로 특검 후보자를 4명 정도 추천하면 이후 정당이 후보를 2명으로 추려내는 방식도 협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법원장 등 법률 전문가 집단이 우선 후보군을 꾸리고, 이후 국회가 최종 후보를 가려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구도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수사 범위 설정을 둘러싸고도 시각차가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통일교 간 금품 수수 의혹뿐 아니라, 민중기 특검팀이 여권의 금품 수수 사건을 은폐·무마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별도 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의혹과 기존 특검팀 관련 의혹을 함께 다뤄야 특검 도입의 명분이 선명해진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은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개혁신당은 민중기 특검팀에 대한 특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통일교 특검법에서는 수사 범위를 통일교 관련 의혹으로 한정하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의혹에 방어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범위를 넓힐수록 특검 도입 자체에 대한 반발 명분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통일교 특검 도입 논의는 통일교와 더불어민주당 인사 간 자금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국민의힘은 정권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며 특검 도입을 압박하는 한편,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공세를 이어왔다. 개혁신당은 통일교와의 연루 의혹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워, 통일교 특검 정국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충분히 견해를 교환했고 일부 일치하지 않는 점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비슷한 견해였다"고 전했다. 그는 "실무적으로 작업을 좀 더 하고 양당 내 의견을 더 모아 계속 소통하면서 최종적으로 법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범위와 추천 절차 등 쟁점은 추가 협의를 통해 정리하겠다는 뜻이다.

 

천하람 원내대표도 회동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송 원내대표가 열린 자세로 여러 옵션을 열어두고 말씀하셔서 논의가 굉장히 원만하게 잘 이뤄졌다"며 "가능하면 이번 주 중 논의를 마무리하고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통일교 특검법을 서둘러 발의해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야권 내 주도권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조 수위를 높이면서, 향후 쟁점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과 여당 지도부의 최종 입장에 모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에 조건부 수용이나 맞불 성격의 대형 국정조사 카드를 꺼낼 경우, 정국은 특검 정국과 맞물려 한층 격화될 수 있다. 국회는 조만간 실무 협의를 통해 통일교 특검법 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며, 여야는 이후 상임위와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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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개혁신당#통일교특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