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분기 성장, 관세 그림자에 멈칫”…트럼프 관세 예고, 금융·실물 파장 가시화→투자심리 어디로
바람이 이른 여름을 몰고 온 5월, 필리핀의 경제지표는 조심스러운 희망과 명확한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시장의 숨죽임과 분주한 셈법이 교차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으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낳은 불확실성, 이 그림자가 필리핀 경제의 문턱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필리핀 통계청이 밝힌 1분기 성장률 수치는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엮은 시장의 기대치 5.7%에 못 미쳤다. 지난해 같은 계절, 기대와 약속이 교차했던 바로 그 시기와 견주면, 소폭의 향상임에도 이 수치에는 두려움이 묻어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7% 대 필리핀 관세, 실제로 집행될 경우의 충격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46%, 태국의 36%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예고된 변화의 메시지는 이미 투자 심리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관세 정책의 불투명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역 질서와 대외 환경의 변화가 맞물리며 필리핀 경제는 과거의 낙관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로즈마리 에딜런 필리핀 경제기획개발부 차관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적인 원인과 구조적 위기가 얽히는 국면이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1분기 필리핀 경제를 지탱한 것은 공공 지출이었다. 정부는 12일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인프라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며 지난 1년 중 가장 큰 폭인 18.7%의 공공지출 증가율을 일궈냈다. 사회 인프라와 국가 과제들이 한데 짜인 선거철 특유의 풍경 아래, 국가재정이 성장률의 고리를 만들었다.
가계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민생의 온기가 살아난 듯, 가계 소비는 전 분기 4.7%에서 5.3%로 힘차게 성장했다. 그 바탕에는 물가 안정의 미풍이 있었다. 4월 소비자물가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1.4% 상승률을 기록했다. 삶의 숨결이 근심에서 벗어나자 소비자들은 오래 괴었던 주머니를 풀기 시작했고, 이 흐름이 곧 경기의 동력으로 되돌아왔다.
시장에는 새로운 기대도 피어오른다. 에딜런 차관은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필리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물가 안정이라는 방패를 앞세운 금리정책 완화, 이는 투자자의 시선에 작은 기대와 변동성을 동시에 안긴다. 금융시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 집행 여부, 정부의 추가적 인프라 투자, 그리고 물가 흐름을 촉각 곤두세워 지켜본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정책 방향이 아시아 신흥국들의 교역 환경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으며, 필리핀은 그 중심에서 다음 수순을 가늠하고 있다. 금리 변화와 투자지형의 조정, 대외 변수와 내수 회복력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각국 경제와 한국의 투자자 역시 섬세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다.
이날 발표는 필리핀의 경제가 세계 흐름의 중앙에서 얼마나 예민한 균형 위에 놓였는지, 정책과 글로벌 환경, 그리고 시장의 심리가 서로 얽힌 풍경 속에서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 한 타령의 여운처럼, 아시아의 작은 눈동자가 커다란 바다를 비추며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