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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봉합 양막이식 건성안 표준 등재…분당차병원 중증 치료 새길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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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멸균 양막을 이용한 무봉합 양막이식술이 중증 안구건조증과 안구표면질환의 새로운 국제 표준치료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개발하고 임상 효과를 입증한 이 시술은 수술실이 아닌 외래 환경에서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안과 분야에서는 향후 건성안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이용우 안과 교수의 안구표면질환 대상 무봉합 감마선 멸균 건조 양막이식 임상 연구가 최근 발표된 국제 건성안 워크샵 보고서3에 인용돼 최신 치료방법 중 하나로 소개됐다고 2일 밝혔다. TFOS DEWS III로 불리는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안과 전문의들이 건성안 치료 전략을 세울 때 참고하는 근거 기반 글로벌 표준 가이드라인이다.

연구는 이용우 교수와 김국영 건양대병원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각막 궤양, 신경영양각막염, 수술 후 상피결손, 심한 안구건조증 등 다양한 안구표면질환을 가진 5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무봉합 건조 양막 이식술을 적용해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4년 11월 국제 SCI 안과 학술지 코네아에 게재됐다.

 

시술 방식은 국내 한국 공공조직은행에서 제작한 감마선 멸균 건조 양막을 환자의 병변이 있는 안구 표면에 이식한 뒤, 이를 고정하기 위해 치료용 렌즈를 1주에서 2주 정도 착용하게 하는 구조다. 전통적인 양막이식처럼 봉합을 하지 않고도 안구표면 보호와 재생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 상피가 회복되면 치료용 렌즈를 제거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약 70퍼센트 이상에서 각막 상피 결손이 완전히 회복됐고 자각적인 통증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특히 수술 후 상피결손이 남아 있거나 중증 안구건조증을 보인 환자군에서는 100퍼센트 상피 회복률이 관찰됐다. 기존 치료에도 호전이 더뎠던 고위험군 환자에서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양막은 태반의 일부분으로, 다양한 성장인자와 항염 인자를 포함해 손상된 각막 상피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수술실에서 봉합을 동반한 양막이식이 이뤄져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이번 연구에서 검증된 무봉합 건조 양막이식은 외래 기반으로 시술 환경을 옮겨온 것이 차별점이다. 건조 멸균 공정을 거친 양막을 사용해 보관과 물류 관리도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건성안 치료제나 점안제 중심 요법이 한계를 보인 중증 환자에서 구조적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단순 증상 완화가 아닌 각막 상피의 완전한 재상피화를 통해 시력 저하와 만성 통증,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어 환자 삶의 질 개선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 건성안 워크샵 보고서3은 2017년에 발표된 DEWS II 이후 8년 만에 개정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다. 전 세계 임상 및 기초연구 전문가가 참여해 건성안 정의, 진단, 치료 전략을 최신 근거에 맞게 재정리했다. 그 중 치료 파트인 관리와 치료 보고서에서 무봉합 건조 양막이식은 진보된 치료 옵션으로 분류돼 중증 건성안과 각막 합병증 환자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건성안 환자 증가와 고령화, 장시간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로 건조안 관련 치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에는 인공눈물, 항염증 점안제, 눈꺼풀 관리 등이 1차 치료로 활용됐지만, 난치성 중증 환자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외래 기반 무봉합 양막이식이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전문 안과센터 등으로 확대될 경우, 중증 환자군의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회용 형태의 상용 양막 패치와 특수 렌즈를 결합한 제품들이 일부 상용화돼 있으나, 대부분 고가이고 특정 국가 중심으로 보급돼 있다. 이번에 국제 가이드라인이 국내 공공조직은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건조 멸균 양막이식을 주요 옵션으로 채택하면서, 국산 조직 기반 기술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향후 다른 국가 공공조직은행이나 안과 네트워크와의 협력 모델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한편 양막이식은 인체조직을 활용하는 특성상 기증과 조직은행 관리, 감염 관리, 추적조사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공공조직은행을 중심으로 감마선 멸균과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어 대량 공급과 국제 협력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국가별로 인체조직 관리와 수출입 규제가 달라 글로벌 확산까지는 각국 규제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기반 안구표면 진단 기술과 결합할 여지도 있다. 향후 각막 상피 손상 정도를 정량 평가하는 영상 분석 AI 기술과 무봉합 양막이식 프로토콜이 결합하면, 환자별 최적 시술 시점과 치료 기간을 예측하는 정밀 진료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용우 교수는 무봉합 양막이식이 외래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안구표면 질환과 안구건조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더 효율적이고 적절한 치료 전략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진료 현장과 글로벌 시장에 어느 속도로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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