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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830억으로 확대…신규 15개 대학 더 뽑는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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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원생의 연구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 재정지원 규모가 한층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지원 사업의 신규 참여대학 공모에 나서면서, 연구 인력 양성 체계 전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단순 장학금을 넘어 대학원생의 연구생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대학 단위의 통합 관리 시스템을 확산하는 정책 실험이 2년차에 접어드는 셈이다. 이공계 석박사 과정이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의 핵심 인력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산업계도 예산 확대 효과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지원 사업에 참여할 신규 대학을 내년 1월 19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3년부터 추진 중인 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직접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공계 대학원생의 최소한의 연구생활 안정성을 목표로 설계됐다. 산학협력단이 관리해 온 기존 학생지원금과 연계해, 대학원생에게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지원금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 구조는 석사과정 월 80만 원, 박사과정 월 110만 원이라는 기준금액을 설정하고, 대학이 확보한 장학금·연구비·근로장학 등 학생지원금 총액이 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부족분을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방식이다. 연구 장학과 참여수당이 제각각 지급되던 기존 구조에 비해, 학생 입장에서는 매월 받는 총 지원액의 하한선이 생긴다는 점에서 체감 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 차원에서는 재정지원과 함께 학생연구자 지원정보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그동안 과제별·교수별로 분산돼 있던 인건비와 장학 내역을 하나의 전산시스템에서 관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각 대학은 대학원생별 지원 현황, 과제 참여 이력, 연구비 수급 구조 등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인건비 중복지급이나 미지급, 과도한 시간외 근로 요구 등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방향이다.

 

도입 첫해인 2023년에는 예산 600억 원이 투입됐고, 35개 대학이 선정돼 약 5만 명의 이공계 대학원생이 지원을 받았다. 사업 시행 결과, 참여대학 소속 대학원생의 월평균 학생지원금은 전년 대비 약 10퍼센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실별 편차가 크던 지원 구조가 일정 부분 상향 조정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과기정통부는 이 수치가 장려금 기준금액과 통합관리 시스템 도입이 결합된 효과라고 보고 있다.

 

사업 2년차인 2026년에는 예산이 830억 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기존 35개 참여대학 지원을 계속하는 동시에, 신규 참여대학을 15개교 이상 추가로 선정해 지원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기준금액 보장을 위한 부족분 지원, 대학계정 내 재원조성 지원, 대학별 사업 운영비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대학계정 재원조성 항목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지원 재원을 축적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재원 의존도를 완화하고 대학 자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노린다는 설명이다.

 

2년차부터는 성과 평가에 따른 차등 지원도 도입된다. 계속 참여대학의 전년도 운영 성과를 점검해, 대학원생 지원 확대와 시스템 운영이 우수한 대학에는 인센티브 예산을 추가 배분하는 구조다. 지원 대상 대학들은 연구생활장려금이 단기 재정지원에 그치지 않고, 대학원 교육과 연구 인력 운용 방식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이공계 대학의 경우, 초기 시스템 구축과 운영인력 확보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연구윤리와 인건비 투명성 강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통합관리체계를 통해 대학원생의 과제 참여 이력과 인건비 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서, 인건비를 다른 목적에 전용하거나 학생 명의를 활용한 허위 인건비 집행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동시에 학생연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과제에 얼마를 받고 참여하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이른바 열정페이 논란을 줄이는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연구자 인건비를 정부가 최소 기준으로 보장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향후 다른 연구비 항목과의 형평성, 타 학문 분야로의 확대 요구 등 정책 파급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이나 예체능 분야의 경우에도 유사한 제도를 요구할 수 있고, 기업이 지원하는 산학과제 인건비 수준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모와 평가를 거쳐 참여대학이 확정된 이후, 대학별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사업 안착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 규모, 연구실 구조, 기존 장학 제도에 따라 통합관리 시스템 설계와 예산 배분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 지침이 아닌 현장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업 시행계획과 공모 세부 내용은 한국연구재단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산업계에서는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바이오, AI 등 고급 연구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국내 대학원 진학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연구 현장의 처우 개선이 실제 인력 수급 안정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대학 자체 구조개혁과 병행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성패를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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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공계연구생활장려금#한국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