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교육도 디지털로”…한림대의료원, 스마트 플랫폼 성과 부각
디지털 헬스케어와 병원 정보시스템을 결합한 환자경험 혁신 사례가 학술무대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진료정보시스템 기반 스마트 환자교육 플랫폼과 퇴원환자 맞춤형 복지 앱, 화상환자 통합치료 지원체계, 유해화학물질 관리 고도화 등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로 의료 질 향상 분야 우수상을 휩쓸었다. 업계에서는 EMR 연동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환자 중심 병원 운영 모델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11월 27일부터 28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2025 가을학술대회 의료 질 향상활동 주제 구연발표에서 우수상 4건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의료 질 분야에 특화된 학회로, 올해 학술대회에는 190개 병원에서 1496건의 질 향상 활동 초록이 등록됐고 이 가운데 292개 팀이 구연발표에 나섰다. 이 중 6개 팀만 선정된 핵심 구연발표 부문에서 한림대학교의료원 홍보팀이 우수상을 받으며 디지털 기반 환자경험 혁신 성과를 입증했다.

핵심 구연발표 우수상을 받은 한림큐레이션은 병원 전자의무기록, 즉 EMR과 연동된 환자 맞춤형 교육자료 제공 플랫폼이다. 의료진이 입력한 진단명, 수술·시술 내역, 약 처방 등 진료정보를 기반으로 각 환자에게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구조다. 한림대학교의료원 홍보팀은 한림큐레이션 환자 교육 스마트 플랫폼 한림큐레이션 환자경험 혁신과 의료진 업무 효율성 향상이라는 주제로 이번 성과를 발표했다.
플랫폼 구현 방식의 핵심은 EMR 데이터와 메시징 시스템을 결합한 점이다.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질환 정보, 수술 전후 주의사항, 복약지도, 생활습관 관리 방법 등 다양한 교육자료를 태깅하고, 특정 처방이나 진단이 입력되면 해당 자료를 자동으로 연계한다. 여기에 메시지 발송 채널로 카카오 알림톡을 활용해 환자와 보호자가 별도 앱 설치 없이 교육 자료를 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2022년 5월 한림큐레이션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개발해 산하 5개 병원에 적용했다. 전용 교육자료는 500개 이상 제작됐고, 올해 9월까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공된 맞춤형 교육자료는 61만 5000건에 달한다. 특히 처방 기반 자동 발송 기능을 탑재해 의료진이 일일이 교육자료를 선택·전달하던 과정을 대폭 줄였고, 진료기록에 따라 시점별로 다른 콘텐츠가 추천되도록 설계해 환자의 치료 여정을 따라가는 교육을 구현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이 같은 EMR 연동형 환자교육 플랫폼이 디지털 치료제와 달리 규제 중심이 아닌 진료지원 도구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질환과 치료 과정에 맞는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받아볼 수 있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설명 부담을 줄이면서도 교육의 일관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재입원 감소, 진료 만족도 향상 등 정량·정성 지표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디지털 기반 환자지원 사례도 나란히 우수상을 받았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사회사업팀은 퇴원 후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디지털 기반 맞춤형 의료사회복지 플랫폼 앱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EMR 정보와 사회경제적 요인을 결합해 퇴원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복지 자원을 연결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이 앱은 병원 전자의무기록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의 질병 상태, 치료 계획 등 의료정보에 더해 주거환경, 소득 수준, 돌봄 필요도 같은 사회적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반영한다. 여기에 퇴원 준비 자가점검 결과까지 결합해 주거, 돌봄, 치료비 등 공공·민간 복지서비스 정보를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모바일에서 지역별 복지 자원과 지원 요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초고령화 사회에서 퇴원 이후 돌봄 공백을 줄이는 디지털 사회복지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사회사업팀은 치료 초기부터 사회복귀까지 화상환자 중심 통합치료 지원체계 구축 활동 성과를 발표해 구연발표 우수상을 받았다. 이 병원은 2022년부터 3년에 걸쳐 퇴원한 화상환자를 대상으로 방문교육 프로그램과 지지그룹 모임을 포함한 자가관리 지원사업을 운영했다. 그 결과 환자의 자가관리 수준이 28.2퍼센트, 건강관리 자기효능감이 21.2퍼센트 향상됐고, 사회적 지지는 30.9퍼센트 증가한 반면 외로움 수준은 22.8퍼센트 감소했다.
화상은 장기간 흉터 관리와 재활이 필요한 대표적인 만성 관리 영역으로 꼽힌다. 한강성심병원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입원 단계부터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의료·심리·사회적 지원을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초고도 화상환자의 경우 의료기술만으로는 삶의 질 회복에 한계가 있어, 디지털 기반 모니터링과 교육, 집단 프로그램을 결합한 통합 지원체계가 필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총무팀은 올바른 유해화학물질 관리와 작업환경측정을 통한 직원의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 활동으로 구연발표 우수상을 수상했다. 병원 전반의 유해화학물질을 조사·정비해 불필요한 물질을 대폭 줄이고, 대체 물질 도입, 환기 시스템 개선, 보호구 체계 정비 등을 통해 교직원의 노출 위험을 낮췄다.
특히 조직 고정 등에 사용되는 포르말린의 입출고와 사용 이력을 전산화해, 화학물질 재고와 사용량을 실시간에 가깝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에서도 모든 유해인자가 기준 미만을 기록하면서, 위험물질 관리 체계 고도화가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과 업무 만족도 제고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의료기관 안전관리 분야에서도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전환이 본격화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국내외 병원들은 최근 EMR, 모바일 앱, 메시징 플랫폼을 기반으로 환자교육과 퇴원 관리, 감염·안전 관리 등을 디지털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병원정보시스템에 연동된 환자 포털, 디지털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며,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퇴원 후 돌봄 연계 플랫폼 구축 사례가 늘고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 사례는 국내에서도 EMR 기반 맞춤형 서비스가 단일 병원 차원을 넘어 의료원 단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향후 이 같은 병원 내부 플랫폼이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 치료제, 지역 커뮤니티 케어 플랫폼과 연계될 여지도 크다. 다만 의료정보와 사회적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퇴원환자 복지 앱처럼 공공·민간 기관과 연동되는 서비스의 경우, 데이터 표준화와 보안 규격 마련이 산업 확산의 관건으로 꼽힌다.
한림대학교의료원 관계자는 환자 중심 병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의료 질 향상활동을 매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학술대회 수상 사례들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환자경험 개선과 직원 안전 강화 모델을 제시한 만큼, 향후 실제 의료현장에서 얼마나 널리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