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영유아까지 확대…일양약품, 3상 성공으로 시장 재편 노린다
독감백신 접종 연령을 둘러싼 제약사 경쟁이 영유아로 확대되고 있다. 일양약품이 독감 백신 테라텍트 프리필드 시린지의 생후 6개월 이상 만 3세 미만 영유아 대상 3상 임상시험에서 미국 식품의약국이 제시한 허가 기준 수준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업계는 독감백신 주요 수요층인 영유아 대상 라인업 확충이 향후 국가예방접종사업 물량 배분 판도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5일 테라텍트 프리필드 시린지 영유아 임상 3상에서 면역원성과 안전성 모두 사전에 설정한 통계적 기준을 충족해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백신은 이미 만 3세 이상 소아 청소년과 성인에서 사용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이번 임상은 접종 연령을 생후 6개월까지 낮추기 위한 단계였다. 임상시험은 한국 12개 의료기관과 필리핀 2개 기관이 참여한 다국가 임상으로 설계돼, 국내외 영유아 집단을 대상으로 접종 후 면역반응과 이상반응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테라텍트 프리필드 시린지는 계란 배양 방식으로 생산되는 불활화 4가 독감백신에 속하며, 사전에 충전된 일회용 주사기 형태의 프리필드 제형을 채택해 의료 현장에서 투약 편의성과 정확한 용량 조절을 겨냥했다. 이번 3상에서는 혈청양전율과 혈청방어율이 핵심 평가 지표로 사용됐다. 혈청양전율은 접종 전후 항체가 상승한 피험자의 비율을 의미하고, 혈청방어율은 보호 효과가 있다고 간주되는 기준 항체가 이상을 확보한 피험자 비율을 뜻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두 지표가 모두 FDA가 독감 백신 허가를 위해 참고하는 임상 데이터 기준을 충족하는 수치를 기록해, 기존 허가 연령층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면역반응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에 만 3세 이상으로 한정됐던 테라텍트 프리필드 시린지의 접종 연령을 생후 6개월까지 내려 영유아 초기 감염 예방 전략에 활용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감은 생후 6개월 이후 영유아에서 입원과 합병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예방접종 권고 연령과 실제 접종률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영유아용 독감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제약사는 소아과 병원과 보건소 현장에서의 수요를 선점할 수 있고, 추후 새로운 제형이나 고연령층용 제품 개발 시에도 포트폴리오 시너지가 예상된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영유아와 소아 청소년은 매년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대량 수요가 발생하는 핵심 집단으로 꼽힌다. 식약처 허가를 획득하면 테라텍트 프리필드 시린지는 현재 성인과 소아 중심에서 영유아까지 이어지는 전 연령대로 접종 대상이 확대돼, 일양약품의 입찰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국가예방접종사업 공급 물량 입찰에서 영유아 연령군을 포함한 제안이 가능해지는 만큼, 공공시장 내 물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소아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4가 독감백신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사는 세포배양 방식, 고용량 제형, 노인용 특화 백신 등으로 제품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생후 6개월 이상 소아에 대한 접종 허가를 확보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국내에서는 여러 백신 기업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별 적응증을 순차적으로 넓히는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다국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FDA 기준까지 충족했다고 강조한 사례는 향후 해외 진출 시에도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독감백신은 전통적 백신 플랫폼에 속해 규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경로를 따른다. 다만 영유아 대상 백신은 이상반응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식약처의 허가 심사 과정에서 면역원성뿐 아니라 국소 반응, 발열 등 안전성 지표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건당국은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해 어린이와 고위험군의 예방접종률 제고를 정책 과제로 삼고 있어, 연령대별 접종 옵션이 늘어나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이 승인될 경우 일양약품이 국내 영유아 독감백신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다국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 추가 허가와 수출 기회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백신 업계 관계자는 영유아 대상 독감백신 라인업을 확보한 제약사는 향후 호흡기 합동감염 바이러스 등 다른 소아 백신 개발에서도 임상 설계와 규제 대응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실제 수익성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물량과 민간 소아과 수요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제품이 식약처 심사를 통과해 영유아 접종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