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금융도 AI로 재편…NIA·우체국금융원, 혁신모델 공동발굴
인공지능을 전면에 도입한 공공 금융 서비스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 인공지능 정책을 총괄 지원하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우체국 금융 실무를 담당하는 우체국금융개발원이 금융 분야에 특화된 공공 AI 혁신 모델을 함께 설계하기로 하면서다. 업계에서는 공공 금융의 대민 창구에서부터 심사·조사 백오피스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4일 우체국금융개발원 대회의실에서 양 기관이 인공지능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 체결은 23일 진행됐으며, 공공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무게를 둔 구상이다.

협약의 핵심은 양 기관이 축적해 온 기술 역량과 금융 현장 데이터를 묶어, 공공부문에 적용 가능한 금융 특화 AI 모델을 단계적으로 발굴한다는 점이다. 단순 상담 챗봇 수준을 넘어, 예금·보험 상품 개발 지원, 위험도 평가, 이상 거래 탐지, 민원 처리 자동화 등 다양한 금융 업무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NIA는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와 데이터 표준, 윤리·신뢰성 가이드라인을 맡아온 기관으로, 공공기관의 AI 도입 컨설팅과 시범 사업을 다수 진행해 왔다. 우체국금융개발원은 예금과 보험 상품 기획부터 심사·조사 실무까지 담당하며 축적한 방대한 거래·심사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이 두 축을 결합해, AI 모델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운영 단계까지 일관된 구조를 만드는 시도로 해석된다.
양 기관이 밝힌 협력 범위는 네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우선 각각의 AI 도입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공공 금융 분야 AI 활용을 공동 기획하고, 개발된 모델을 다른 공공기관까지 확산하는 데 힘을 싣는다. 동시에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공공부문이 뒤처지지 않도록, 국제 규범과 기술 동향에 대응하는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여기에 안전과 책임 원칙을 강하게 내세워, 결과 설명 가능성과 편향 최소화 등 신뢰성 기준을 제시하는 AI 기본사회 실현도 목표로 둔다. 마지막으로 AI 기획·개발·운영 인력을 함께 양성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공공 금융 데이터에 특화한 AI 모델 개발이다. 금융 데이터는 민감 정보이자 보안 요구 수준이 높아, 학습 데이터 구성과 모델 검증 절차가 엄격해야 한다. NIA가 그간 축적해온 공공데이터 품질 관리 기술과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적용하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도록 설계하는 데이터 가명 처리, 연합 학습 같은 기법이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 식별 정보 없이도 대출 상환 가능성, 보험 손해율, 이상 거래 조기 탐지 등 지표를 예측하는 AI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용 분야는 우체국 금융 창구를 중심으로 한 대국민 서비스가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고령층 고객이 많은 우체국 특성을 반영해, 음성 기반 안내와 자연어 이해 기능을 갖춘 AI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이해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보험 청구나 각종 신청 절차에 OCR과 언어 모델을 결합한 문서 자동 판독 기능을 도입하면, 고객은 서류 제출 후 처리 결과를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위험도 기반 심사 보조, 보험 사기 패턴 탐지, 민원 유형 분석 등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활용처가 넓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이미 AI 기반 신용평가, 초개인화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경쟁이 활발하다. 다만 민간은행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한 해외와 달리, 한국의 우체국 금융은 공공성과 보편 서비스 제공에 방점을 둔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화 여지가 있다. 요금 수납, 소액 예금, 농어촌 지역 금융 접근성 보완 등 공공성이 큰 영역에 AI를 결합하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소외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공분야 AI 확산에는 규제와 윤리 이슈도 필수 변수다. 금융 AI 모델이 신용도나 보험료를 결정하는 데 사용될 경우, 알고리즘 편향과 차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각종 금융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모델 개발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최소 수집·목적 제한·보관 기간 관리 등 규범 준수가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 NIA가 강조하는 AI 기본사회 개념은 기술 확산 속에서도 안전과 책임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방향성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과 과학기술 관련 부처가 함께 금융 AI 가이드라인과 감독 체계를 구체화하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규제 법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고위험 영역에 AI를 도입할 경우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요구하는 법제 논의를 진행 중이고, 미국과 일본 역시 금융 분야 알고리즘 책임 문제를 다루는 가이드 정비에 나선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공공 금융 부문이 모범 사례를 구축하면, 민간 금융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이번 협력이 국민 생활과 가까운 금융 분야에서 공공 AI의 실질적 혁신 효과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NIA가 AI 서포터즈 역할을 통해 우체국금융개발원이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을 도입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에게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공공 부문에서는 이번 금융 특화 공공 AI 모델이 실제 서비스에 안착해, 공공 금융의 디지털 전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