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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정치 여론 읽는다"…SNS 분석, 보수 재편 신호등 주목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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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여론 분석 기술이 국내 정치 지형 변화를 포착하는 주요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보수진영 내부에서 나온 강한 비판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정치 데이터 분석 플랫폼들은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파장을 추적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 같은 전통 여론조사와 달리, SNS 텍스트와 확산 네트워크를 읽어내는 기술이 갈라진 민심 구조와 프레이밍 경쟁의 방향을 보다 빠르게 보여주는 창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데이터 기반 정치 전략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정치 데이터 분석 기업들은 발언 직후 각종 SNS에 게시된 원문 글, 공유 횟수, 댓글의 감성 점수, 특정 키워드 동시 출현 빈도 등을 자동 수집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긍정과 부정, 비판과 방어, 냉소와 이탈 조짐을 분류하고, 계정별 영향력과 연결 구조를 분석해 보수 핵심 지지층과 중도층의 반응을 분리해 읽어내고 있다. 텍스트 기반 AI는 단순 호오를 넘어 반복되는 서사를 추출해 어떤 표현이 향후 정치 담론의 프레임으로 자리 잡는지까지 예측하려는 방향으로 정교화되는 추세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전직 대통령과 전직 의원 사이의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AI 분석은 발언의 수위보다 발언에 대한 2차, 3차 반응의 방향성을 더 중시한다. 정치 분석 플랫폼은 특정 인물 이름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 묶음을 시계열로 추적해, 책임, 사과, 결별 같은 단어 비중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한다. 과거에는 이를 사람이 표본을 뽑아 수작업으로 분류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수십만 건의 댓글을 몇 분 안에 의미 단위로 쪼개어 분류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 결과 여론의 방향 전환 시점을 하루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포착할 수 있게 됐다.

 

시장성 측면에서 이런 기술은 정당과 캠프, 그리고 정치 컨설팅 회사의 니즈와 맞물리며 급성장 중이다. 정당은 특정 발언이나 사건이 중도층과 20대, 60대 등 세대별, 지역별 반응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알고 싶어 한다. 데이터 기업은 통신사 데이터, 공개 여론조사 수치, 선거 이력 데이터와 SNS 분석 결과를 결합해 통합 대시보드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지도 위에서 특정 지역의 SNS 여론 흐름을 시각화해 볼 수 있고, 특정 키워드에 대한 시간대별 온도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메시지 전략과 후보 동선 조정에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정치와 IT의 결합은 이미 치열한 경쟁 영역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선거 때마다 후보 캠프가 소셜 미디어 분석 스타트업과 손잡고, 여론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하는 사례가 늘었다. 텍스트뿐 아니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댓글, 팟캐스트 자막까지 분석 대상으로 넓히며 다채널 감성 분석을 시도하는 중이다. 국내의 경우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된 가짜 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 대응에도 AI 분석 기술이 투입되고 있다. 출처와 확산 속도, 동일 문장 반복 패턴 등으로 조직적 개입이 의심되는 콘텐츠를 조기에 탐지하려는 시도다.

 

다만 정치 영역에 특화된 AI 분석은 윤리와 규제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와 계정 식별 문제, 정치 성향 프로파일링의 허용 범위 등을 둘러싼 법적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여론 조작 방지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규제 기관과 산업계의 가이드라인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특정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잘못된 결론을 제공할 위험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정치 영역에서의 AI 활용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알고리즘 투명성과 데이터 출처 공개, 편향 검증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론 분석 도구가 단순한 선거 전략 도구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시민 사회와 언론이 정치권 책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계는 결국 정치라는 민감한 영역에서 기술이 어느 선까지 허용될지에 따라, 국내 정치 데이터 시장의 성장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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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윤석열전대통령#정치여론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