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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번역 안 되는 예절”…중국관광객 논란이 남긴 과제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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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일행이 테이블에 소주와 치킨을 펼쳐 놓고 음료와 함께 먹는 장면이 촬영돼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 관광객의 길거리 배변 논란과 맞물리며 외국인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했고, 디지털 플랫폼이 이런 감정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예절과 공중질서 정보를 다국어로 안내하는 디지털 기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의 사진은 1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됐다. 글 작성자는 양평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스타벅스 음료 옆에 외부에서 들고 온 소주 병과 치킨을 놓고 식사를 즐겼다고 전했다. 매장 내에서의 외부 음식 섭취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자사 규정으로 제한하는 만큼, 사진은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이후 댓글창에는 중국인 방문객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표현이 잇달았다. 일부 이용자는 기본 예절을 문제 삼았고, 다른 이용자는 입국 심사 단계에서 예절 검증이 필요하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내놓았다. 최근 국내 관광지 일부에서 포착된 중국인 관광객의 길거리 배변 사진과 목격담이 재소환되면서, 특정 국가·민족을 향한 비하 표현이 디지털 공간에서 필터 없이 쏟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커뮤니티와 소셜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통해 높은 반응을 얻는 게시물을 더 넓은 이용자에게 노출하는 구조를 갖는다. 논쟁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특성 탓에, 개별 사례가 곧바로 전체 집단에 대한 인식으로 일반화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이 혐오·차별 표현의 확산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광지 현장에서는 디지털 안내 기술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경복궁 주변, 제주 한라산국립공원, 용머리해안 등에서 제기된 배변·쓰레기 투기 논란은 공중화장실 위치, 이용 가능한 시설, 금지 행위 등에 대한 다국어 안내가 부족한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다. 위치정보 기반 안내 애플리케이션이나 QR코드 안내 시스템을 통해 중국어를 포함한 다국어로 공중질서와 이용 수칙을 알렸다면, 일부 행위는 사전에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다.  

 

해외 주요 관광도시는 이런 문제를 디지털 인프라로 대응해 왔다. 일본과 유럽 일부 도시는 관광객이 공항이나 철도역에서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도시별 이용 수칙과 예절을 다국어로 안내하는 페이지를 노출한다. 미국 일부 국립공원은 공식 애플리케이션에서 화장실 위치, 취식 가능 구역, 쓰레기 처리 방법을 지도 기반으로 실시간 제공한다. 정보 비대칭을 줄여 갈등을 사전에 완화하려는 시도다.  

 

국내에서도 지자체와 관광공사,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유사한 시도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 번역 기술과 위치 기반 서비스를 결합해, 특정 국적을 겨냥한 차별적 표현 없이도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특정 지역에 진입하면, 스마트폰 알림으로 공공 예절 가이드와 시설 정보를 자동 전송하는 방식이 논의된다.  

 

다만 기술만으로 갈등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에서 증폭되는 혐오 표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콘텐츠 검증, 신고 시스템 개선, 알고리즘 투명성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외국인 관광객 예절 논쟁이 데이터 기반 혐오 확산으로 옮겨 붙지 않게 하려면, 기술적 장치와 더불어 사회적 합의와 교육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과 디지털 플랫폼이 밀접하게 얽힌 시대일수록, 개별 사건을 둘러싼 정서적 반응과 기술 인프라 개선 논의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계와 지자체는 예절 갈등을 줄이기 위한 다국어 안내 기술 도입과 동시에, 플랫폼 상의 혐오 확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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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광객#스타벅스#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