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발명제도 11년”…HK이노엔, 특허·신약 모범사례 부각
직무발명제도를 활용한 지식재산 인센티브 전략이 제약 바이오 산업의 혁신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HK이노엔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자 보상 중심의 특허 관리 체계를 운영한 성과가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으면서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연구 인력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가 장기적인 파이프라인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K이노엔은 지식재산처와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2025년 직무발명제도 운영 우수사례에 선정돼 한국발명진흥회장 표창을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 시상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 행사에서 진행됐다. 제약사 가운데 장기간 체계적으로 직무발명제도를 운용해 온 사례로 평가를 받은 결과다.

직무발명제도는 연구개발 인력 등 임직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만들어낸 발명에 대해 특허권은 회사가 승계하되, 발명자에게 합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연구자 입장에서는 성과에 대한 명확한 경제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HK이노엔은 기술 혁신과 인력 유인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이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까지 11년째 운영하고 있다.
HK이노엔 직무발명제도의 대표 성과로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꼽힌다. 케이캡은 국산 신약 계보를 잇는 위산 분비 조절 약물로,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이자 글로벌 제휴를 이끄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연구자가 참여한 발명이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면서, 특허 보상 체계가 실제 신약 성과와 연결된 사례로 제약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특허 창출 역량 강화라는 정량적 성과로 이어진 점에서 주목된다. HK이노엔에 따르면 해외 특허출원 건수는 직무발명제도 도입 초기인 2014년 약 50건 수준에서 2017년에는 약 150건으로 3배 늘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필수적인 해외 특허 방어선을 연구 인센티브 제도가 뒷받침한 셈이다. 2019년 직무발명제도 개정 전 누적 특허 516건은 개정 이후 628건으로 100건 이상 증가해, 제도 고도화가 곧바로 특허 숫자 확대로 연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HK이노엔은 단순한 보상 제도를 넘어, 발명 발굴과 권리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왔다. 회사는 특허심의위원회를 통해 연구 과제 단계부터 특허 가능성을 검토하고, 국내외 지식재산권 교육을 정례화했다. 내부 연구원은 물론 협력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병행해, 연구 방향 설정에서부터 특허 전략을 고려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제약 산업 특성상 동일 기전 약물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특허 전략을 세우는 문화 정착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직무발명제도와 연계한 이러한 지식재산 관리 방식은 국내 제약사 경쟁 구도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구자 보상, 스톡옵션, 로열티 공유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획일적 급여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HK이노엔처럼 제도와 성과가 수치로 검증된 사례는 다른 제약사들의 인재 전략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 대형 제약사가 일찍부터 발명자 권리를 명시하고, 개별 특허 기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학과 병원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라이선스 수익을 연구자와 기관이 공유하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 이번에 선정된 HK이노엔 사례는 이러한 글로벌 관행에 맞춘 국내형 모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책 측면에서 직무발명제도는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다양한 지식재산 관련 법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내 발명 유인과 권리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직무발명 우수사례 발굴 역시 기업의 제도 도입을 촉진하고, 보상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간접 효과를 노리는 정책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약 바이오처럼 장기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보상 기준과 시점에 대한 세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HK이노엔 신약연구소 김봉태 상무는 연구자에 대한 직접 보상을 통해 향후 케이캡과 같은 자체 신약 특허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연구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HK이노엔이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무발명제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직무발명제도를 활용한 연구자 인센티브 확대 흐름이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신약 개발 리스크가 큰 산업 구조에서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동시에 비용 부담과 보상 기준 설정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직무발명 보상 체계가 실제 시장 성과와 얼마나 조화롭게 연동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