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스코텍 주가 10퍼센트 급락”…제노스코 합병 무산 후 거버넌스 리스크 확대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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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제노스코와의 합병 무산 이후 거버넌스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치며 오스코텍 주가가 12월 16일 장중 10퍼센트 가까이 급락했다. 단기 지지선 하향 이탈과 외국계의 대량 매도세가 겹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향후 경영권 분쟁 정리와 자금 조달 방향에 따라 주가 흐름이 갈릴 전망이다.

 

16일 오후 11시 57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오스코텍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900원, 9.62퍼센트 떨어진 5만 5,400원을 기록 중이다. 시가는 6만 6,000원에서 출발했지만 장 초반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우하향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26일부터 이어진 6만원 대 안착 시도는 무산됐고,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5일선과 20일선을 동시에 강하게 하향 이탈했다.

오스코텍[03920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오스코텍[03920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거래량도 급증했다. 이날 오스코텍 거래량은 이미 542만 주를 넘어서며 직전 거래일인 15일 50만 주의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실린 장대 음봉 패턴이 추세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제노스코 합병 무산이다. 오스코텍은 자회사 제노스코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렉라자 기술료 유입 구조를 단순화하고, 연구개발 자금 운용 효율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12월 5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계획이 좌초됐다. 앞서 법원이 초다수결의제를 무효로 판단해 소액주주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경영진과 주주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계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날 매도 상위 창구에는 제이피모간이 18만 4,936주를 쏟아내며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기 차익 실현을 넘어 리스크 회피 성격의 스마트 머니 이탈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지분율을 9.5퍼센트에서 10.7퍼센트까지 늘리며 재매집에 나섰지만, 이날 대량 거래를 동반한 급락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수급의 질이 악화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창구를 통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대거 받아내면서, 수급 구조가 개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위태로운 손바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줄어든 상태에서 악재가 추가로 불거질 경우, 개인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될 수 있다는 점을 잠재 리스크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측면에서 오스코텍은 약 2조 1,195억 원으로 코스닥 32위에 위치한 중형 바이오주다. 같은 바이오 업종 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 대형주는 이날 1퍼센트 내외의 등락에 그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오스코텍만 -9퍼센트대 낙폭을 기록하며 높은 변동성을 노출했다. 시장에서는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바이오텍 특성상, 오스코텍이 펀더멘털보다는 뉴스와 이슈에 더 크게 반응하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거론된다.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오스코텍의 주가수익비율은 약 260배로 추정돼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장주식수는 약 3,825만 주로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악재가 터질 때 매물 출회 속도가 빠른 구조가 재차 확인됐다는 평가다.

 

실적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오스코텍의 2024년 예상 매출액은 340억 원으로, 전년보다 586퍼센트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적자도 27억 원 규모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에는 매출 515억 원, 영업이익 11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많고, 2026년에는 영업이익이 800억 원대까지 늘어나는 실적 퀀텀 점프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9퍼센트 수준에 그치고 유보율은 534퍼센트로, 재무 건전성 자체는 괜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문제는 실적 그림과 주가 흐름 사이 괴리다. 오스코텍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ADEL-Y01과 고형암 치료제 OCT-598은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OCT-598은 미국 식품의약국 임상 1상 승인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글로벌 빅파마 기술이전 임박설이 현실화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 섹터 특성상 임상 데이터 발표와 기술이전 계약 공시가 지연될 경우, 기대감이 빠르게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현재 주가 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향후 주가 흐름을 두고는 단기와 중장기 시각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5만 5,000원 선 지지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날 발생한 대량 거래를 수반한 음봉은 위 구간에 두꺼운 매물대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빠른 기간 내 6만원 회복보다는 바닥 다지기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약 5만 5,000원이 무너질 경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거론되는 5만 원 초반대까지 조정 폭이 확대될 소지도 열려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5년 흑자 전환과 ADEL-Y01 임상 1상 데이터 확보 시점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파이프라인 진척과 기술이전 성과가 구체화될 경우 현재의 고밸류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지만, 거버넌스 이슈가 장기화되면 프리미엄 축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오프라인 코멘트에서 경영진과 주주 간 신뢰 회복 여부가 중장기 주가에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유의 사항도 적지 않다. 최근 오스코텍을 둘러싸고 각종 기술이전 루머와 인수합병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회사의 공식 공시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가격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합병 무산 이후 독자 생존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 필요성이 부각될 경우,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이슈가 불거지며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오스코텍이 소액주주와의 갈등 봉합과 지배구조 리스크 축소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임상 데이터와 기술이전 등 실질 성과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투자자들의 시선은 거버넌스 정비와 R&D 마일스톤 이행 여부에 집중될 전망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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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코텍#제노스코#제이피모간